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이 1일(현지시간)로 한 달을 맞았지만 정상화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저소득층 식비 지원 중단 등 취약 계층부터 타격을 입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강경한 데다, 공화당과 민주당도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다. 트럼프 1기 당시 최장 셧다운인 35일을 넘길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CNN에 따르면 이날부터 당장 ‘푸드 스탬프’로 불리는 저소득층 영양보충지원프로그램(SNAP)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 5월 기준 미국 국민 4200만명이 수혜 대상이지만 연방정부 개입 없이는 당장 이달부터 지급할 예산이 없는 상태다. 수혜자의 39%는 아동, 20%는 노인, 10%는 장애인이다. 취약 계층부터 당장 직격탄을 맞는 셈이다.
전날 법원 트럼프 행정부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비상 기금을 활용해 식비 지원을 이어가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SNAP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법원이 먼저 제시해야 한다며 버티고 있다. 여러 주 정부가 수백만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대부분은 기존 연방 정부의 지출 규모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 될 전망이다.
건강보험 ‘오바마케어(ACA)’ 가입 신청도 이날부터 시작되면서 보조금 지원이 끊긴 가입자들은 대폭 인상된 보험료를 납부해야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DC의 비영리단체 ‘KFF’의 연방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보험사들의 요율 인상에 따라 ‘연방 건강보험 거래소’를 이용하는 30개 주의 기준 월 보험료는 평균 30% 급등할 전망이다. 자체 거래소를 운영하는 주에서도 기준월 보험료가 평균 17%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급으로 일하는 필수 공무원들도 과부하로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셧다운 이후 연방 공무원 210만명 중 75만명 이상이 무급 휴직 처리됐고 필수 인력 수십만명 무급으로 일하고 있다. 특히 필수 인력 중 항공관제사 1만3000여명도 포함되는데 이들은 인력 부족 탓에 엄청난 강도의 노동을 이어가고 있다. 연방항공청에 따르면 현재 30개 핵심 시설이 인력 부족을 경험하고 있으며 뉴욕 지역 공항에서는 관제사 80%가 부재한 상태다.
셧다운을 해결하려면 임시예산안(CR)을 당장 통과시켜야 하지만 핵심 쟁점인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 여부를 두고 여야는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공화당은 예산 규모를 전년도 수준으로 유지하는 임시예산안을 먼저 처리해 정부 운영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임시예산안에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을 보장해야 하지 않으면 임시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트럼프는 여전히 강경하다. 트럼프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셧다운과 관련해 “민주당은 자신들이 뭘 하는지도 모르고 있다”며 “완전히 미쳐버린 광인이 돼 버렸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나라를 다시 열기만 하면 된다. 그들이 정부를 열면 우리는 즉시 만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물러서야 한다는 태도를 되풀이한 셈이다.
여론은 트럼프 행정부의 잘못이 크다는 목소리가 크다. WP와 ABC뉴스, 입소스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5%가 셧다운 주된 책임이 트럼프와 공화당에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이라고 답한 응답은 33%였다. 이에 따라 4일로 예정된 버지니아주와 뉴저지주 주지사 선거 등에서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