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통신] 젠지, 올해도 월드 챔피언십 결승행 좌절

입력 2025-11-02 03:01 수정 2025-11-02 14:00
라이엇 게임즈 제공

결국 젠지는 2025년에도 월드 챔피언십 결승 무대를 밟지 못했다.

젠지는 1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에서 펼쳐진 2025 LoL 월드 챔피언십 준결승전에서 KT 롤스터에 세트스코어 1대 3으로 패배했다. 이로써 젠지는 대회 4강에서 탈락했다.

2017년의 월드 챔피언인 삼성 갤럭시를 그해 연말 인수·재창단한 이후로 단 한 번도 월드 챔피언십 결승에 오르지 못하는 불운의 역사가 반복됐다. 2019년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 매년 꾸준히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하고 있지만 그간 최고 성적은 준결승 진출. 올해도 그 벽을 넘지 못했다.

올해는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e스포츠 월드컵(EWC),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까지 연속 우승을 달성한 데다가, 지난 8강전에서도 같은 우승 후보인 한화생명e스포츠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면서 기대감을 높여왔기에 이 같은 마무리가 더욱 허무하게 느껴진다.

젠지는 KT에 완패를 당했다. 첫 세트에선 크게 골드 차이를 벌렸음에도 억제기 공성 과정에서 실수를 연발해 역전패했다. 3세트에선 에이스 ‘쵸비’ 정지훈(오리아나)의 연속 데스 이후 흔들려 대패했다. 4세트 역시 주도권을 잃어 오브젝트를 연달아 내주다가 장로 드래곤 앞에서 쓰려졌다. 지난 1년 동안 좀처럼 보여주지 않았던 저조한 경기력이 이날은 3번 연달아 나왔다.

밴픽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KT는 케이틀린·니코, 애쉬·룰루, 칼리스타·레나타 글라스크 등 바텀 라인전에 힘을 주는 조합을 만들고 빠르게 드래곤 스택을 쌓는 전략을 노골적으로 선보였다. 하지만 젠지는 첫 세트 패배 이후에도, 3세트 패배 이후에도 상대의 수를 파훼하지 못했다.

‘룰러’ 박재혁은 특히 3세트 밴픽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서포터 픽이 많이 빠진 상황에서 상대 팀에 룰루가 들어가니까 게임을 하기가 막막하단 인상을 받았다. 상대는 리치도 길고 이니시에이팅도 되는데 젠지는 그에 상응하는 게 없어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반대로 ‘덕담’ 서대길은 “오늘은 바텀 주도권을 가져오는 밴픽을 주로 했고, 실제로도 바텀 주도권을 많이 가져와서 이긴 것 같다”고 말했다.

실패냐, 성공이냐. 이분법으로 구분한다면 성공을 거둔 해다. 국제대회 2연속 우승, 최초의 단일 시즌 우승으로 새 역사를 썼다. 하지만 젠지는 무엇보다 월드 챔피언십이 목마른 팀이다. 1년 내내 배불리 먹었지만 오래된 갈증은 끝내 해소하지 못했다.

상하이=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