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고동빈 감독이 팀을 창단 최초로 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으로 이끈 소감을 밝혔다.
KT 롤스터는 1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5 LoL 월드 챔피언십 준결승전에서 젠지를 3대 1로 꺾었다. 이날 승리로 KT는 2012년 리그 오브 레전드(LoL)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 진출했다.
언더도그, 복병으로 여겨졌던 KT가 탑도그이자 우승후보 1순위였던 젠지를 잡았다. 선수단과 코치진이 합심해서 만든 값진 승리다. 코치진이 짜둔 밴픽과 전략을 선수단이 완벽에 가깝게 수행했다.
KT는 밴픽에서 칼리스타, 문도 박사 등 신선한 카드를 꺼내 젠지의 허를 찌르는 데 성공했다. 메타 픽이 대다수 소진된 4세트에서 정글러로 꺼낸 문도 박사는 KT의 필살기이자 롤러코스터 코스의 ‘킥’이었다. 경기 후 국민일보와 전화 인터뷰에 응한 고 감독은 “젠지전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잘 다루는 챔피언들도 갈고닦았지만, 대회 메타에 맞춰 등장하기 시작한 챔피언들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문도 박사는 LEC에서 여러 번 등장했던 챔피언이다. 또 ‘커즈’ 문우찬이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면서 “사실 문도 박사는 선수 시절이던 2018년 그리핀과의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시즌 결승전 당시에 내가 준비했던 픽이다. 문도의 성능이 좋다는 건 그때부터 인지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올라가는 것도, 내려가는 것도 예고 없던 롤러코스터는 결국 마지막에 가장 높이 날았다. LCK컵에서 조기 탈락했던 스플릿 1, 라이즈 그룹으로 내려갈 위기에 처했던 스플릿 2, ‘젠·티·한’ 3강 상대로 연패했던 스플릿 3 초반까지. KT의 2025시즌은 고저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인고의 시간 끝에 결국 시즌을 가장 마지막까지 치르는 두 팀 중 한 팀이 됐다.
고 감독은 힘들었던 순간들을 회상하면서 “시즌 초에도 성적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당시에도 우리의 방향성을 믿고 끝까지 따른다면 어떤 팀이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가 1년 내내 기자회견에서 녹음기 틀 듯 반복했던 단어 ‘방향성’. 그게 정답이었음을 그와 KT는 이날 증명했다.
KT는 이제 청두로 넘어가 2025시즌의 마지막 경기를 준비한다. 고 감독은 상대팀이 확정되면 거기에 맞춰 전략을 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스크림 상대를 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면서 “상대팀 분석에 집중하면서 결승전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상하이=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