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통신] ‘퍼펙트’ 이승민 “반드시 믿음에 보답하고 싶었어요”

입력 2025-11-01 21:23

“누군가를 믿는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팬분들께서 그 쉽지 않음 믿음을 주셨는데 그동안 보답해드리지 못해서 마음이 진짜 많이 아팠어요. 이번엔 꼭 보답해드리고 싶어요.”

KT ‘퍼펙트’ 이승민이 부진할 때도 변함없이 자신을 성원해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KT 롤스터는 1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5 LoL 월드 챔피언십 준결승전에서 젠지를 3대 1로 꺾었다. 이날 승리로 오는 9일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결승전에 선착했다. 2012년 리그 오브 레전드(LoL) 팀을 창단한 뒤로 처음 있는 일이다.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전반기에 라이즈 그룹으로 내려갈까를 전전긍긍했던 KT가 이젠 세계 최고까지 마지막 한 계단만을 남겨두게 됐다. 그 어느 때보다도 파란만장했던 한 해, 주전 경쟁까지 하며 마음고생을 했던 이승민에겐 이날 승리가 더욱 뜻깊다.

-월드 챔피언십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지금 기분은 어떤가요?
“사실 아직은 실감이 나질 않아요. 아마 결승 무대에 서는 순간이 돼야 ‘내가 여기까지 왔구나’하고 체감하지 않을까요.”

-주전 경쟁도 하고 힘겨운 1년이었습니다만, 그 끝은 월드 챔피언십 결승입니다.
“사실 전날 밤에도 그 생각을 좀 했어요. 제가 어떻게 여기까지 달려왔는지를요. 작년엔 월드 챔피언십이나 큰 무대에 나가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많이 우울했고 생각에 잠기는 일도 많았는데 올해는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우울할 새도 없이 바빴거든요. 행복했던 한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행복한 한 해요? 괴로운 일도 많았는데요.
“괴로운 일도 많았지만 이미 지난 일들이니까….”(웃음)

-오늘 젠지를 꺾기 위해 준비한 전략은 무엇이었습니까.
“KT의 강점은 한타라고 생각해서 김무성 코치님과 함께 한타로 승부를 보기로 정했습니다. 그게 잘 통한 거 같아요. 기본기는 ‘기인’ 김기인 선수가 월등하다고 생각해서 저도 납득했습니다. 다른 라인의 형들이 워낙 잘해줘서 편하게 전략을 수행할 수 있었어요.”

-중요한 경기였는데 떨리진 않았습니까.
“1세트 한타에서 2~3번 정도 아쉬운 플레이가 나왔어요. 그런데 떨린다기보단 ‘내가 왜 그랬을까?’를 생각했어요. 2세트부터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고요.”

-오늘 경기장까지 오면서 무슨 생각을 했나요.
“경기 전이라고 해서 특별한 생각을 하진 않았고요. 대신 전날에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이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후회 없이 하자. 그냥 하자.’ 이번 대회에선 매일 그런 생각을 하면서 게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라이엇 게임즈 제공

-결승전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준비할 겁니까.
“막상 가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냥 다른 경기들과 마찬가지로 준비하고 올해의 마지막 경기니까 후회 없이 치르려 합니다. 그러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 봅시다. LCK컵 당시 KT 팬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면요.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웃음) 좀 버텨주십시오. 높이 올라가 드리겠습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가장 고마운 사람을 한 명 꼽는다면요.
“김무성 코치님이요. 월드 챔피언십을 앞두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할 것인지, 어떻게 플레이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토론을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온 거 같아 고마워요. LCK 때와 지금의 비교요? 기본기는 좀 기복이 있지만, 한타에서 시야가 전보다 넓어진 느낌이에요.”

-결승전엔 어떤 팀이 올라올 거로 예상합니까.
“T1과 TES, 둘 다 막강한 팀이지만 그래도 T1의 결승 진출을 예상합니다. 월드 챔피언십에서의 T1은 일반적인 예측보다 강하니까요. 거창한 각오는 하지 않겠습니다. 준비한 대로 플레이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란 마음가짐입니다.”

-끝으로, 11월1일의 KT 팬들에게 메시지도 남긴다면요.
“사실 누군가에게 믿음을 준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저도 지금까지 살면서 믿음을 준 건 제 가족밖에 없었던 거 같아요. 그동안 많은 KT 팬들께서 제게 믿음을 주셨는데 보답해드리지 못해서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서 이번엔 꼭 마지막까지 잘해서 보답해드리고 싶어요.”

상하이=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