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롤스터가 대회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던 젠지를 꺾고 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 진출했다.
KT는 1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5 LoL 월드 챔피언십 준결승전에서 젠지를 3대 1로 꺾었다. 이날 승리로 오는 9일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결승전에 선착했다. 2012년 리그 오브 레전드(LoL) 팀을 창단한 뒤로 처음 있는 일이다.
KT는 그동안 3번 월드 챔피언십에 도전했지만 늘 8강의 벽에 가로막혀왔다. 하지만 시즌 개막 전 가장 적은 기대를 받았던 올해, 창단 첫 준결승 진출을 이룬 데 이어 이날 거인 젠지까지 잡아내면서 최초로 결승까지 오르는 데 성공했다.
반면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e스포츠 월드컵(EWC),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를 연달아 우승하면서 기대감을 한껏 높였던 젠지는 또 한 번 월드 챔피언십 무대 4강의 벽에 가로막혔다. 이들은 삼성 갤럭시를 인수, 젠지로 거듭난 2018년 이후로 단 한 차례도 월드 챔피언십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첫 세트부터 언더도그가 탑도그를 물었다. KT는 첫 세트부터 심상찮은 기류를 만들어냈다. 46분 만에 거둔 역전승. KT가 초반에 드래곤 3개를 사냥하며 앞서나가던 게임이었지만, 젠지가 정글 지역 한타 승리 후 내셔 남작 버프를 획득해 전세가 역전된 게임이었다. 그러나 억제기 포탑을 수성하던 중 ‘비디디’ 곽보성(요네)이 슈퍼 플레이로 ‘쵸비’ 정지훈(탈리야)과 ‘기인’ 김기인(사이온)을 잡아내면서 KT가 다시금 우위를 점했다.
KT는 상대 탑·미드의 부재를 틈타 장로 드래곤을 사냥했다. 젠지의 억제기를 먼저 부쉈다. 내셔 남작 버프도 얻어냈다. 버프를 두른 채로 바텀 억제기까지 부순 이들은 미니언 대군과 함께 젠지를 압박했다. 이어 상대의 저지를 뿌리치고 젠지의 넥서스를 부수는 데 성공했다.
젠지가 2세트를 잡아내기도 했다. 젠지는 첫 드래곤 전투에서 ‘커즈’ 문우찬(키아나)에게 트리플 킬을 내줘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탑 전투, 전령 전투에서 연속으로 이기면서 ‘룰러’ 박재혁(이즈리얼)에게 골드를 몰아주는 데 성공, 간신히 시소를 원래 높이로 되돌렸다.
하지만 KT가 3세트 완승을 거두면서 젠지의 전의를 꺾었다. 애쉬·룰루의 주도권을 활용해 초반부터 부드럽게 스노우볼을 굴린, 완벽에 가까운 게임이었다. 드래곤 4개를 전부 사냥하고, 아타칸과 내셔 남작까지 처치하는 동안 단 한 번의 위기도 맞지 않았다.
3세트의 핵심은 미드 맞대결이었다. 양 팀의 에이스, 곽보성과 정지훈이 1티어 픽 대결 구도인 아지르 대 오리아나로 붙었다. 곽보성이 솔로 킬을 따내고 완승을 거뒀다. 허리가 꺾인 젠지는 쉽게 고꾸라졌다. 허리가 탄탄한 KT는 온 몸에 힘이 가득했다.
대망의 4세트, KT가 칼리스타와 레나타 글라스크, 문도 박사 등 이날을 위해 숨겨왔던 조커 픽들을 모두 꺼내들어 젠지에 혼신의 일격을 가했다. 레나타와 오른의 궁극기를 연계해 오브젝트 한타에서 젠지를 잡아내는 그림을 연이어 만들어냈다. 이들은 장로 드래곤 전투에서 상대를 모두 잡아내면서 승리를 확정했다.
상하이=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