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스타터일까. 꼴지로 출발해서 결국 최종 4위 안에 들었다.
T1은 31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5 LoL 월드 챔피언십 8강전에서 AL에 3대 2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준결승전에 진출, 오는 2일 TOP e스포츠(TES)와 결승 진출 자격을 놓고 맞붙게 됐다.
꼴찌로 월드 챔피언십에 합류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파이널 4’까진 살아남았다. 이들은 T1은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플레이오프에서 한화생명e스포츠와 젠지에 연달아 지면서 4시드로 간신히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한 바 있다.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인빅터스 게이밍(IG)을 꺾고 마지막인 16번째로 스위스 스테이지에 합류했어도 선수들의 컨디션과 경기력이 제 궤도에 오르지 않아 한동안 고전했다. CTBC 플라잉 오이스터(CFO)와 젠지에 연패해 1승2패조로 내려갔다. 자신들보다 한 수 아래로 여겨지는 100 씨브스(100T), 모비스타 코이(MKOI) 상대로 신승을 거둬 겨우 3승째를 찍었다.
하지만 이들은 녹아웃 스테이지 첫 경기인 8강전에서 스위스 3승0패 팀인 AL을 잡으면서 다시 한번 좀비처럼 생존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긍정적인 것은 플레이-인이나 스위스 스테이지 당시보다 경기력이 우상향했다는 점. 이들은 이날 조합의 강점과 메타 특징을 정확하게 읽고, 30~40분 길이의 복잡한 대본을 완벽하게 숙지해 실행으로 옮겼다.
번갈아가며 구세주가 등장한 것도 고무적이다. ‘페이커’ 이상혁이 1세트 탈리야를 선택해 정교한 스킬 샷으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그는 5세트에서도 멜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팀을 구출해냈다. 아타칸 전투 승리, 버프 스틸은 T1이 게임을 뒤집는 힘이 됐다.
4세트에선 바텀 듀오의 활약이 빛났다. ‘구마유시’ 이민형이 그동안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던 카이사로 돌진 조합의 마침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케리아’ 류민석 역시 니코를 선택, 특유의 재치 있는 플레이로 ‘호프’ 왕 제(코르키)를 꽁꽁 묶었다.
T1은 이제 TES와 대결한다. TES 윤성영 감독은 지난 30일 G2전 이후 ‘크렘’ 린 젠의 개인 기량이 만개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병준 코치는 ‘369’ 바이 자하오의 “최근 폼이 좋다”고 자신했다. 이들과의 상체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면 T1은 4년 연속 결승 진출도 기대해볼 만하다.
상하이=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