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통신] 3연승→8강 탈락…되풀이된 스위스 전승의 비극

입력 2025-10-31 20:59 수정 2025-10-31 23:10
라이엇 게임즈 제공

베이징의 3승이 상하이에서의 1패에 빛바랬다. 애니원스 레전드(AL) 얘기다.

AL은 31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5 LoL 월드 챔피언십 8강전에서 T1에 2대 3 역전패를 당했다. 2대 1로 앞서다가 4·5세트를 내리 패배하면서 대회에서 탈락했다.

3승0패로 스위스 스테이지를 통과해놓고도 녹아웃 스테이지 첫 경기에서 패배해 곧바로 탈락하는 팀이 올해도 나왔다. 올해 AL은 스위스 스테이지에서 한화생명e스포츠, 젠지, CTBC 플라잉 오이스터(CFO)를 꺾었다. 대진운 덕을 본 3승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날 8강전 패배로 그 3승의 가치마저도 퇴색됐다.

스위스 스테이지를 3승0패로 통과해놓고도 8강에서 탈락하는 팀은 매년 나오고 있다. 월드 챔피언십이 그룹에서 스위스 스테이지로 바뀐 2023년에는 젠지가 희생양이 됐다. 2024년엔 리닝 e스포츠(LNG)가 그랬다.

3승0패 팀의 불안 요소로 꼽히는 실전 감각에 대한 부재가 원인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AL은 지난 17일 스위스 스테이지 3번째 경기를 치렀다. 정확히 2주 만에 실전을 치른 셈이다. 정규 리그에서는 패치 1개를 건너뛰는 기간이다. 하지만 핑계 없는 무덤은 없어서, AL과 마찬가지로 3승0패를 거두고 반대쪽 브래킷에 편성된 KT 롤스터는 CFO를 3대 0으로 완파하고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라이엇 게임즈 제공

AL은 스위스 스테이지에서 노출하지 않았던 문제점들을 여럿 노출했다. 특히 원거리 딜러 ‘호프’ 왕 제는 ‘AL의 희망’이 되지 못하고 ‘T1의 희망’이 됐다. 코르키를 골랐던 4세트에서 연달아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면서 상대방에게 회생할 동력을 안겼다. 1킬 7데스 4어시스트로 게임을 마쳤다.

‘호프’는 5세트에서도 징크스 키우기 조합’을 골랐던 팀의 신뢰에 보답하지 못했다. 그는 주인공 역할을 맡아야 했지만, 장로 드래곤 전투에서 아쉬운 포지셔닝과 딜링에 그치면서 그저 그런 조연에 머물렀다.

반대로 정글러 ‘타잔’ 이승용은 스위스 스테이지에 이어 녹아웃 스테이지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도 8강 탈락의 쓴잔을 들이켰다. 그는 2세트 오공, 3세트 자르반 4세로 T1의 허를 여러 차례 찔렀다. 팀이 패배한 4·5세트에서도 스카너와 세주아니로 POM급 활약을 했음에도 팀의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상하이=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