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주간아파트가격동향(주간동향)’이 존속의 기로에 섰다. 실제 시장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잦은 발표로 시장 불안·왜곡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다. 하지만 시장 신호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공공 지표를 폐지하면 오히려 비공식 민간 정보로 시장이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관계당국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국책 연구기관 국토연구원이 최근 연구·작성해 제출한 ‘주택가격동향조사 신뢰도 확보방안’ 보고서를 토대로 주간동향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주간동향 폐지, 조사하되 비공표, 격주 조사, 대체 수단 도입 등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원 주간동향을 향한 비판은 수년 전부터 제기됐다. 주된 비판은 낮은 정확도와 시장 왜곡 우려였다. 주간동향 조사방식은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로, 전문조사원이 매주 전국 아파트 3만3500가구를 조사한다. 하지만 단지마다 매주 거래가 있지 않아 실거래가뿐만 아니라 ‘유사 거래’와 ‘호가’까지 반영해 산출하므로 실제 시장 상황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윤석열정부에서는 문재인정부 당시 부동산원 통계조작 논란이 불거져 신뢰성에 타격을 입기도 했다. 다만 관련자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1심이 진행 중이다.
잦은 발표로 시장 불안과 투기 심리를 자극한다는 비판도 많다.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서울 ‘한강벨트’ 등 수도권 주요 지역의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와중에 매주 발표되는 주간동향이 ‘패닉바잉’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이연희·염태영 의원 등과 한국주택학회, 한국도시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주택가격 통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는 부동산원 주간동향 폐지 주장이 나왔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주간 통계는 발표가 빠르지만 때로는 철지난 시장 상황을 과장해 보여 정부 정책에 잘못된 판단을 유도할 수 있다”며 “단기 폐지가 어렵다면 비공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주간 단위로 집값을 발표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며 “주식시장 지수처럼 매주 지표를 공개하는 방식은 오히려 시장 불안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주간동향을 폐지하면 민간 통계에 의존해 시장 판단을 왜곡할 수 있고, 변동성이 큰 시기에 수요자들이 재빨리 대응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실거래가만 조사 대상으로 삼으면 거래신고기한(최대 30일)으로 인한 시차가 발생해 즉시성이 떨어질 수 있고, 거래절벽 상황에선 가격이 더 왜곡될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주간동향 폐지 주장과 관련해 “(통계가) 진짜 서울 지역의 주거 비용을 잘 반영하는지 더 볼 필요는 있다”면서도 “통계를 막는다고 현실을 고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공공기관 통계의 필요성은 있다”며 “주간동향은 변동성이 급격할 때 실효성이 있기 때문에 폐지할 경우 국민은 시세를 알 수 없어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발표 간격을 조정하고 가격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실거래가만을 중심으로 한 가격변동, 호가를 반영한 가격변동 등 이원화해서 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도 “KB나 부동산R114 등 민간의 시세 조사는 여전히 이뤄지는데 공공에서 하지 않으면 민간 통계가 공인 통계처럼 될 수 있다”며 “매주 발표로 인한 피로감 문제는 조사의 주기를 좀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권중혁 정진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