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극우의 그늘을 넘어 복음의 빛으로’…기독교 극우화 어떻게 볼 것인가

입력 2025-10-23 17:06

CBS TV가 한국교회의 극우화 현상을 정면으로 다룬 다큐멘터리 ‘극우의 그늘을 넘어, 복음의 빛으로’를 오는 다음달 3일 오전 10시 20분에 첫 방송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김관선, 김형국, 배덕만, 지형은, 최주훈 목사 등 다섯 명의 목회자 인터뷰로 구성된 옴니버스형 다큐멘터리로 신앙이 정치로, 복음이 권력으로 왜곡된 현실을 심층적으로 조명한다.

윤석열 탄핵 이후, 교회는 어디로 향하는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전후로 한국 사회 전반에 극단적인 분열이 심화된 가운데, 이러한 갈등은 종교 영역에까지 깊숙이 파고들었다. 특히 일부 개신교 단체가 정치 집회와 탄핵 반대 운동의 전면에 나서며 신앙이 이념의 도구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한국 극우의 중심에 보수 개신교가 있다”는 최근 언론의 지적처럼, 교회는 스스로의 신뢰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교세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1년 사이 예장 통합과 합동 등 주요 장로교단에서만 20만명이 넘는 교인이 교회를 떠났고, 감리교, 고신, 합신까지 포함하면 이탈 규모는 더 크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30대 기독 청년의 44%가 ‘소속 교회가 없다’고 답해, 교회가 이미 다음 세대의 신뢰를 잃고 있음을 보여준다.

극우의 그늘 아래, 복음은 어디에 있는가

이번 다큐멘터리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깊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특정 인물이나 교단을 겨냥한 비판에 머무르지 않고, 교회가 왜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었는지를 냉철하게 분석한다. 프로그램은 먼저 한국 근현대사의 분단과 권위주의 정권 속에서 교회가 어떻게 정치 권력과 결탁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역사적으로 진단한다. 지형은 목사는 “한국교회가 복음이 아닌 정치 세력에 기대는 것은, 극우 기독교가 신천지·통일교와 다르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또한 김형국 목사는 “지난 2천 년 동안 기독교는 끊임없이 장사치들에 의해 이용되어 왔는데, 지금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며 “교회가 점점 극우화되면서 시민사회 속에서 완전히 고립된 존재가 되어버렸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절망 끝에서, 희망을 보다

그러나 이 다큐멘터리는 절망에 머무르지 않는다. 냉철한 현실 진단 끝에, 교회가 다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유일한 길은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임을 강조한다. 돈과 권력, 이념이 하나님의 자리를 대신한 오늘의 현실 속에서, 교회가 세상을 향한 ‘빛’의 사명을 회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배덕만 목사는 “광장에 나가 세상을 향해 이래라저래라 하기보다 교회 안으로 들어와 길을 잃은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며 “교회는 세상을 위해 존재한다. 사람들이 교회에서 사람답게 대접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쉼터 같은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관선 목사와 최주훈 목사 또한 “교회는 교인들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 사회를 위해 존재한다”며 한국교회가 다시금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함을 당부했다.

연출을 맡은 박유진 PD는 “‘극우의 그늘을 넘어, 복음의 빛으로’는 교회가 사회의 중심에서 멀어졌다는 뼈아픈 현실을 기록함과 동시에 각자의 신앙 자리에서 다시 빛을 향해 나아가려는 이들의 간절함을 담았다”며 “이 다큐멘터리는 비판이 아니라 회복을 위한 시도”라고 밝혔다. 이어 “신앙이 권력의 언어에 종속되지 않도록, 교회가 한국 사회와 다시 소통하는 통로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