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세계에 알린 귀츨라프 선교사 논문,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추진

입력 2025-10-23 16:05 수정 2025-10-23 16:05
귀츨라프한글문화원 등 주요 관계자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한글학회 강당에서 열린 비전 선포식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 개신교 최초의 선교사 칼 귀츨라프(1803~1851)가 쓴 한글에 관한 논문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작업이 추진된다.

귀츨라프한글문화원(노광국 대표)과 사단법인 유엔한반도평화번영재단(김덕룡 이사장), 기독교역사문화선교사업회(이사장 최태순 목사) 등은 23일 서울 종로구 한글학회 강당에서 비전 선포식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귀츨라프한글문화원에 따르면 독일 루터교 선교사 귀츨라프가 1832년과 이듬해 중국 잡지 ‘차이니즈 리포지토리(The Chinese Repository)’에 발표한 ‘한국 언어 논평(Remarks on the Corean Language)’이라는 제목의 소논문 등은 한글의 과학성과 독창성을 세계에 처음 소개한 역사적 문헌으로 평가받는다.

귀츨라프한글문화원 등은 독일,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미국, 홍콩 등과 함께 귀츨라프 논문의 등재를 추진한다. 아울러 귀츨라프 한글 세계화 200주년을 맞는 2032년까지 유엔의 제7공용어로 한글이 채택되기 위한 작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귀츨라프 선교사를 그린 그림. 최태성 목사 제공

노광국 대표는 “귀츨라프의 두 논문은 단순한 언어보고서가 아니라 한글이 지닌 과학적 창조성과 인류적 보편성을 조명한 세계 최초의 한글학 연구논문이자,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정신이 서양 학문 세계로 전파된 출발점이었다”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유엔 제7공용어 채택 비전은 한글을 단지 한 국가의 문자로 한정하지 않고, 인류의 평등·소통·존엄의 가치를 구현하는 세계 문자로 확장하는 문명사적 과업이다”고 평가했다.

기독교한국루터회 칼 귀츨라프연구위원회 위원장인 최태성 목사는 “귀츨라프는 조선인들을 만나 묻고 배우는 과정을 통해 한글을 연구했고, 해당 논문에 한글의 독창성과 한자와의 차이점, 자음과 모음, 어형변화 등 여러 학술 가치가 높은 내용을 발표했다”며 “이 잡지에 조선어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전문성을 갖춘 논문을 실은 것은 많은 서양인에게 큰 영향력을 끼친 의미 있고 기념할 만한 중요한 일이다”고 부연했다.

귀츨라프한글문화원 등은 이를 기념해 한글 백일장도 연다. 주제는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과 한글을 최초로 세계에 알린 칼 귀츨라프 선교사’와 ‘귀츨라프와 원산도 감자의 추억’ 중 하나를 택해 운문과 산문 형식으로 작성하면 된다. 원고는 다음 달 28일까지 받는다.

귀츨라프는 1831년부터 1833년까지 중국, 조선, 일본 등 연안을 방문하며 선교 활동을 했다. 충남 보령 일대에 머물던 32년에는 조선인 관리와 필담하며 주기도문을 한국어로 번역했고, 감자 재배 방식을 주민들에게 안내하며 감자 보급에도 앞장섰다.

글·사진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