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으로 교회를, 교회로 세상을’ 랑함 파트너십, 총체적 선교의 새 장 열다

입력 2025-10-23 13:07
‘랑함 파트너십’ 명예총재 크리스토퍼 라이트 박사. 신석현 포토그래퍼

“이 넥타이는 존 스토트(1921~2011) 목사님이 저에게 물려주신 것입니다. 그분은 말씀으로 교회를 세우고 교회를 통해 세상을 섬기라는 사명을 제게 맡기셨습니다.”

23일 오전 서울 중구 앰배서더 풀만호텔 금수룸. 격자무늬 넥타이를 맨 세계적인 구약학자이자 선교신학자, ‘랑함 파트너십’ 명예총재 크리스토퍼 라이트 박사가 연단에서 담담히 말했다.

라이트 박사가 참석한 조찬 모임은 랑함코리아(대표 김정화)가 주관하고 온누리교회가 후원한 행사다. 존 스토트 목사의 유산을 계승하는 랭함 파트너십(The Langham Partnership)의 사역과 비전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2022년 취임한 리야드 카시스 국제총재를 소개하고 랑함코리아 출범을 알리는 자리기도 했다.

말씀으로 세상을 섬기다

랑함 파트너십은 스토트 목사가 설립한 국제 복음주의 네트워크다. 스토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변하던 세계 교회의 현실 속에서 지성적 신앙과 성경 중심의 복음주의를 회복시키는 데 헌신했다. 그는 1974년 로잔언약의 초안 작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복음은 단순한 전도가 아니라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총체적 구속이라는 신학적 선언을 교회 역사에 새겼다.

랑함이라는 이름은 런던 중심부 ‘랑함플레이스(Langham Place)’에 위치한 올 소울즈 교회(All Souls Church)에서 목회했던 스토트 목사의 사역지명에서 따왔다.

라이트 박사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구약 윤리로 박사학위를 받은 구약학자다. 그는 2001년 스토트 목사로부터 직접 리더십을 계승 받아 랑함 파트너십 국제총재로 취임했다.

‘랑함 파트너십’ 명예총재 크리스토퍼 라이트(왼쪽) 박사와 국제총재 리야드 카시스 박사. 신석현 포토그래퍼

라이트 박사는 오늘날 복음주의권에서 ‘Missio Dei(하나님의 선교)’, 즉 선교의 주체가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이라는 신학적 관점을 강조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복음을 교회의 울타리 안에 가두지 않고, 하나님께서 세상 속에서 친히 이루어가시는 구속의 역사 전체로 바라본다. 그는 세계 복음주의 운동의 대표적 신학 모임인 국제로잔운동의 신학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하나님의 말씀은 교회를 자라게 하고 교회는 다시 그 말씀으로 세상을 변화시킨다”며 “우리가 돕는 현지 목회자와 신학자, 설교자들은 단지 배움을 받는 이들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말씀으로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주체들이다. 이처럼 말씀과 교회, 세상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선순환을 일으키는 것이 랑함의 핵심 목표”라고 덧붙였다.

세 가지 축으로 세우는 ‘말씀의 교회’

랑함 파트너십은 말씀 중심의 교회를 세우기 위해 신학자 양성, 문서 보급, 설교 훈련의 세 축을 긴밀히 연결해 사역하고 있다.

먼저 전 세계 유망한 신학자들에게 박사과정 장학금을 지원해 각국 신학교와 교회를 이끌 차세대 지도자로 세운다. 이 과정에서 학문적 지원뿐 아니라 영적 돌봄과 가정적 후원까지 함께 이뤄진다.

또한 복음주의 신학 서적을 각 지역 언어로 번역·출판해 목회자들이 자국어로 신학적 자원을 얻도록 돕는다. 대표적으로 ‘아프리카 성경주석’은 25만부 이상 보급돼 현지 교회 성숙에 크게 이바지했다. 내년에는 중국어판 주석의 디지털 출간도 추진 중이다.

더불어 100여개국에서 성경에 충실한 설교를 훈련하는 설교 운동을 전개해 1500개 이상의 설교 그룹을 세우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목회자들이 스스로 말씀을 해석하고 나누는 말씀 중심의 교회 운동이 퍼지고 있다.

“한국교회, 상호적 동역자로 설 때”

‘랑함 파트너십’ 국제총재 리야드 카시스 박사. 신석현 포토그래퍼

이번 조찬 모임의 또 다른 주인공인 카시스 국제총재는 레바논 출신으로 스토트 목사가 직접 발굴한 랑함 장학생이다. 그는 “우리는 홀로 사역할 수 없다. 하나님께서는 교회를 혼자가 아니라 함께 일하도록 부르셨다”라며 “한국교회와 랑함 파트너십이 하나된 모습으로 세계 선교를 감당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날 한국로잔위원회 의장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는 환영사에서 “존 스토트는 20세기 가장 성경적이고 복음적인 신학자였다. 그의 유산이 이제 랑함 파트너십을 통해 실천적 사역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교회가 받은 은혜를 나누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랑함코리아는 한국교회와 글로벌 랑함 네트워크를 잇는 기구로 활동할 예정이다. 김정화 대표는 “한국교회가 세계 교회와 더 깊은 차원의 신학적 협력과 상호 섬김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