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서른 살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26일 폐막식을 열고 처음으로 신설한 경쟁 부문의 ‘부산 어워드’ 수상작을 발표했다. 최고상인 대상은 중국 장률 감독의 ‘루오무의 황혼’이 차지했다.
이날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는 대상을 포함한 ‘부산 어워드’의 주인공들이 호명됐다. 심사위원단의 만장일치로 대상을 받은 ‘루오무의 황혼’은 사라진 연인으로부터 엽서를 받은 여성이 중국 남서부 작은 마을 루오무에 도착해 옛사랑의 흔적을 발견하는 과정을 그린다.
장률 감독은 “영화를 관람하신 뒤에 ‘작품 별로인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는 있지만, 배경지인 루오무를 싫어하는 분은 없을 것”이라며 “영화를 본 뒤 이곳을 방문하고 싶은 분이 계신다면 직접 가이드가 되어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아직 젊고, 굉장히 건강하다. 부산국제영화제가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에도 반드시 이 무대에 서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감독상은 영화 ‘소녀’로 연출에 데뷔한 대만 배우 수치(서기)가 받았다. ‘소녀’는 가정 폭력 문제를 도발적으로 제기하며 감독의 새로운 면모를 드러낸 작품이다. 서기 감독은 수상소감에서 “마음의 상처를 가진 모든 소녀들에게, 용감하게 집 밖으로 나가서 여러분의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심사위원특별상은 한창록 감독의 장편 데뷔작 ‘충충충’이 차지했다. 작품 제목은 ‘충동’, ‘충돌’, ‘충격’의 첫 글자를 따왔으며,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세 친구가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는 이야기를 그렸다.
배우상은 유재인 감독의 영화 ‘지우러 가는 길’의 주연 이지원과 일본 영화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의 주연 배우 기타무라 다쿠미, 하야시 유타, 아야노 고에게 돌아갔다. ‘지우러 가는 길’은 담임 교사와의 비밀스러운 관계로 임신하게 된 고등학생을 통해 사회적 금기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배우 이지원은 “오는 길에 아버지께서 ‘세상일은 모르니 수상 소감을 준비하라’고 하셨는데, ‘아냐, 가서 맛있는 거 먹고 올 거야’라고 대답했다”며 “앞으로는 아버지 말씀을 잘 들어야겠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예술공헌상은 비간 감독의 ‘광야시대’에서 미술을 담당한 류창과 투난에게 돌아갔다.
선재상은 ‘비 오는 날 소리는 더 크게 들린다’의 김상윤 감독과 ‘마음이 열리는 시간’의 왕한시안 감독이 받았다. 뉴커런츠상은 ‘지우러 가는 길’의 유재인 감독에게, 비프메세나상은 주로미, 김태일 감독과 헤멘 칼레디 감독에게 각각 돌아갔다.
폐막식은 배우 수현의 사회로 진행됐다. 배우상 시상자로는 프랑스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가 15년 만에 부산을 찾아 관객의 환호를 받았다. 심사위원단은 나홍진 감독을 위원장으로, 감독 코고나다, 배우 한효주·양가휘 등 7명으로 구성됐다. 수상자에게는 태국 출신 세계적 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이 디자인한 트로피가 수여됐다. 트로피는 해운대 바다의 밀물과 썰물이 빛을 머금은 듯한 형상으로 제작돼 영화제의 상징성을 더했다.
올해 BIFF는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를 개막작으로 삼아 총 328편의 영화를 상영했다. 공식 초청작은 241편이었으며, 상영관은 7개 극장 31개 스크린에 달했다. 공식 상영작 관객 수는 17만5000여 명, 부대 행사와 커뮤니티 비프까지 포함한 전체 관람객은 23만8697명으로 지난해보다 약 64% 증가했다.
국내외 영화인 약 7000명이 부산을 찾았다. 봉준호, 매기 강, 마이클 만, 기예르모 델 토로 등 세계적 감독과 이병헌, 량차오웨이(양조위), 밀라 요보비치, 사카구치 켄타로 등 스타 배우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정계 인사들도 영화제를 방문해 영화계 지원을 약속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