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근 저서 ‘민주정치와 공공경제’를 펴낸 김유현 보좌관을 만났다. 경제학 박사이기도 한 그는 “경제학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현실 정치는 기득권 세력이 서로 힘겨루기하는 경기장 같았다”며 “온갖 기득권 세력이 이합집산하며 대결을 펼치는 사이 정작 국민은 사라졌다”고 현실 정치를 비판했다.
그는 갈수록 고착화되는 여야의 강대강 대치 상황에 대해 “요즘 정치는 정치세력 간의 극단적 대결만 있을 뿐, 합의점을 도출해 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난 것처럼 싸우기만 한다”며 “보수와 진보 사이의 단조로운 이념 대결과 이념의 왜곡이 시민을 정치에서 멀어지게 한다”고 진단했다.
10년 넘게 정치 현장을 누빈 그는 보수 세력을 향해서는 “만약 지켜야 할 대상이 특정 권력자와 그를 둘러싼 측근 세력, 또는 소수 집단의 사적 이익이라면 그것은 진정한 보수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동시에 진보 세력을 향해서는 “보수에 대한 비난에 매몰돼 정치적 대결 구도를 심화하고 갈등을 키우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진보적 정치세력이 정권교체에 나선 것인지, 정권교체를 위해 진보적 정치세력이 존재하는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나아가 “요즘 정치를 보면 지나치게 한쪽으로만 치우쳐 지지층 결집에만 집착하고 극단적 용어를 남발하는 경우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정치 리더십의 실종과 사익을 추구하는 정치가 혐오의 정치를 낳았고, 시민이 다시 혐오의 정치를 혐오하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책의 제목대로 ‘민주정치’와 ‘공공경제’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모든 시민의 정치 참여라는 공정하고 평등한 정치적 권리 행사의 기반은 생활권의 보장에서 나온다”며 “공공경제와 민주정치가 시민 참여를 매개로 함께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보좌관은 2014년 한양대 경제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국회 보좌관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현재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로 ‘공공경제론’ 등의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 시절 경남연구원에서 지역 경제 관련 정책을 연구하기도 했다. 국회 근무 전에는 영리 기업과 비영리단체에서 근무하며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을 두루 경험했다.
다음은 김 보좌관과의 일문일답.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일종의 해방 활동이다. 사회가 정한 일반적인 삶의 경로를 따라가는 것이 싫어 직장을 그만두고 공부를 했고, 우연한 기회에 보좌관이 됐다. 경로 이탈을 통해 해방을 꿈꿨다. 이번에 책을 쓴 것은 두 번째 해방 활동이다. 보좌관은 국회의원을 보좌하는 직업적 특성상 진실한 내면의 생각을 표출하기 어렵다. 그럴 때마다 ‘내가 국회의원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며 짧은 메모를 남겼다. 메모가 10년이 넘으니 제법 양이 됐다. 그것들을 정리해서 책으로 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생각의 얽매임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을 느끼고 싶었다.”
-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현실에서 국민주권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 사적 이해관계가 정치를 지배하고, 기득권의 특별한 정치적 영향력으로 인해 국민의 보편적 의지는 왜곡되고 있다. 정치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대상인 국민이 당장 먹고사는 것도 빠듯하다 보니 정치에 관심을 둘 겨를이 없다. 그러는 동안 정치는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정치판에서는 국민의 보편적 이익보다 정치관계인의 사익이 더 중요하게 된다. 그래서 공공경제가 중요하다. 공공경제가 생활권을 확립하여 시민의 정치참여 기반을 형성하고, 평등한 정치적 영향력을 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이 직접 나서 국민이 정치적 권리 행사를 위해 필요한 일을 국가가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 책은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복잡한 사회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어떤 독자들을 만나고 싶은가.
“특별히 독자층을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대학원 강의교재로 쓸 생각을 염두에 두고 책을 썼다. 통상 공공경제론을 강의하면 미시경제학적 기초와 후생경제학, 공공선택이론, 조세와 재정이론 등을 가르치지만, 경제활동을 하는 본원적인 이유나 시장실패 보완을 넘어서는 정부의 역할, 또 그것을 결정하는 민주정치의 원리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 책은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 삶의 본질적 목적과 사회성을 철학적으로 검토함으로써 경제와 정치 활동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를 찾고자 했다. 또 정치권에서 일하면서 얻은 경험적 지식을 토대로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을 논하고, 사회적 관점에서 공공경제를 재정의함으로써 이상적인 정치경제모델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책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나.
“미처 담아내지 못한 추천의 글이 있다. 책을 쓰면서 좋은 정치인을 국민주권의 원리를 실현할 수 있는 올바른 권력의지와 정치적 리더십을 가진 사람으로 정의했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런 정치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분들과 함께 일해볼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그러나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님과 함께 일한 경험은 부족한 부분을 채워줬다. 지금까지 함께 일하며 가까이에서 본 정치인 중 그분만큼 올바른 권력의지를 가진 정치인을 본 일이 없다. 김경수 전 지사님은 책에서 말하는 좋은 정치인의 모델이 되어주셨다. 안타깝게도 바쁘신 일정으로 인해 김경수 전 지사님의 추천의 글은 책이 출간된 이후에 받게 되어 책에 싣지는 못했지만, 이 기회에라도 미처 담아내지 못한 추천의 글을 소개하고 싶다.”
“정치가 썩었다고 고개를 돌리지 마십시오. 낡은 정치를 새로운 정치로 바꾸는 힘은 국민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마지막 TV 광고 ‘편지’의 한 대목이다. 민주주의가 경제의 공공성을 높이는 선순환의 길, 그 길을 여는 열쇠는 시민의 적극적 정치 참여에 있다고 역설하는 김유현 박사의 책 속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보냈던 그 ‘편지’를 다시 꺼내 읽게 된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