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가 마법을 부렸다. 프로야구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서 5위가 4위 팀을 꺾고 처음으로 준플레이오프(PO)에 오르는 새 역사를 썼다.
KT는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 포스트시즌 WC 2차전에서 두산을 1대 0으로 이겼다. WC는 1차전 이어 2차전도 만원 관중(2만3750명) 속에 치러졌다. 올해 포스트시즌은 2경기 연속 매진하며 누적 관중 4만7500명을 기록했다.
2차전 경기는 팽팽한 투수전으로 펼쳐졌다. KT 선발 웨스 벤자민은 전날 등판해 승리 투수가 된 윌리엄 쿠에바스의 기운을 이어받아 호투를 선보였다. 7회까지 23타자 상대하며 안타는 3개만 내줬고 무실점 경기를 펼쳤다. 볼넷을 한 개도 내주지 않은 게 인상적이었다. 탈삼진은 6개를 뽑았다. 이강철 감독의 기분 좋은 예상이 적중했다. 이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벤자민이 쿠에바스를 보면서 자극받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두산 선발 최승용도 만만치 않았다. 1회 약간 흔들렸으나 2~4회까지 삼자범퇴 처리하며 호투했다. 그러나 이승엽 감독의 선수 기용이 경기를 흐트러트렸다. 최승용을 일찍 내린 게 패착이었다. 두산은 최승용이 5회 2사 1,2루로 몰리자 강판시키고 이영하와 이병헌을 잇달아 마운드에 올렸다.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으나 한 회에만 3명의 투수를 소모하며 후속 이닝을 어렵게 만들었다. 6회에 결국 이병헌이 로하스(2루타)와 강백호(안타)에게 얻어맞으며 1점을 헌납했다. 강백호의 1타점이 그대로 결승점이 됐다. 안타를 친 뒤 크게 기뻐한 강백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안타 쳤을 때 이겼다고 확신했다. 투수들이 막아줄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강백호 예상대로 고영표(홀드)와 박영현(세이브)이 8회와 9회 깔끔한 투구를 했다.
두산의 가장 큰 문제는 타격이었다. 전날 무득점에 이어 이날도 안타 3개에 그치며 단 한 점도 올리지 못했다. 총력전을 편 투수진이 1실점밖에 하지 않았으나 타선이 침묵하면서 승리하지 못했다. 두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WC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KT의 마법이 ‘5위는 WC에서 탈락한다’는 징크스를 무참히 깨버렸다. 2015년 10구단 체제 이후 치른 9번의 WC에서 5위가 4위 팀을 꺾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KT의 팀명 ‘위즈’는 마법사를 뜻하는 위저드(wizard)에서 따왔다. 정규시즌 최초 5위 결정전, WC 2연승 등 좋은 기운을 바탕으로 KT에 자꾸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첫 역사를 쓴 이강철 감독은 “몇 경기 전부터 이길 경기가 아닌데 계속 이겨서 뭔가 만들어지는 거 같았다”며 “‘끝났구나’ 했는데 뒤집고 하니까 분위기가 좋아지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초 기록을 썼으니 다시 한번 최초 기록(준PO 승리)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KT는 WC 22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도 세웠다. 2022년 KIA전 6회부터 이날 두산전 9회까지 점수를 주지 않았다. 두산은 전날(9이닝)과 이날(9이닝) 모두 WC 18이닝 연속 무득점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떠안았다.
준PO(5전 3선승제)에 오른 KT는 오는 5~6일 잠실에서 정규시즌 3위 LG 트윈스와 2연전을 치른다. 이후 하루 쉰 뒤 8일 3차전은 KT 홈구장인 수원에서 열린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LG에 패하며 준우승한 KT는 설욕을 벼르고 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