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성적만으로 대학 가는 게 가장 공정한 건 아냐”

입력 2024-09-30 14:21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 입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국내 입시 제도에 관해 “성적만으로 대학에 가는 게 가장 공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30일 강조했다. 다양성을 고려한 입시 제도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 총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를 방문해 “세계 어디를 다녀도 어느 대학이나 다양성을 위해 (신입생을) 뽑는데 우리는 성적순으로 뽑는 게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해 거기에 빠져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한국은행)는 보고서에서 성적순으로 뽑는 게 가장 공정한 것은 아니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한은은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수도권 인구 집중과 서울 집값 상승 해결책으로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의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했다. 각 대학이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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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공개 후 ‘위헌’ ‘강남 역차별’ 등의 비판이 제기된 것에 대해 이 총재는 “한은 보고서를 강남에 사는 것이 잘못됐다는 내용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며 “이미 각 대학이 20% 정도 지역 (균형) 선발을 하고 있는데 이걸로 해결되지 않으니 더 크게 보자는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6살 때부터 학원을 보내는 것이 과연 행복한지 강남에 모여든 부모들도 한 번쯤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며 “나중에 좋은 대학에 가서 부모의 요구를 달성하면 되지만 달성 못 한 아이에게는 평생의 짐을 지우는 것인데 그런 사회가 계속되는 게 바람직한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왜 교육 전문도 아닌 한은이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는 비난도 듣는데 저는 저희의 보고서에 자부심이 있다”며 “교육 전문가들이 저희보다 좋은 방법을 찾아서 이 나쁜 균형을 벗어날 수 있으면 당연히 저희 것보다 먼저 하시면 좋다는 의미에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