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9시 경기도 안산시 하늘기쁨장로교회(장석환 목사) 1층 카페에 지역 목회자 20여 명이 모였다. 매주 월요일마다 두 시간씩 진행되는 독서토론 모임 ‘하늘기쁨독서회’에 참석하기 위함이다. 모임은 모두가 함께 손뼉을 치며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먼저 구하라’ 찬양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됐다.
하늘기쁨독서회는 장석환(56) 목사가 교회를 개척한 지 1주년이 되는 2002에 시작된 목회자교육세미나의 하나로 시작됐고 올해로 23년째를 맞았다. 모임은 매주 한 권의 인문학, 기독 서적, 혹은 목회 서적을 선정해 일주일간 읽고 그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날 독서회의 책은 조셉 얼리 주니어의 ‘기독교의 역사’로 18세기 영적대각성부터 21세기 현대 개신교까지 기독교 부흥과 발전의 역사를 다룬 내용이 토론의 주제였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소감을 나누며 개인적인 삶의 경험도 자연스럽게 공유했다. 한 목사는 미국의 1차 대각성 운동을 이끈 조나단 에드워즈 가문을 언급하며 신앙의 대가 이어지는 비결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그러자 다른 목사가 자신의 딸과 신앙적으로 부딪혔던 경험을 나누며 자손에게 신앙을 전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목회자들은 신학적 의견을 교환하면서도 개인적인 경험을 나누며 깊은 교제를 이어갔다. 토론 과정에서 갑론을박의 분위기가 과열되면 사회를 보던 장 목사가 신학적 정리를 통해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을 했다.
장석환 목사는 “책 읽기는 목회자에게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중요한 일반 계시의 도구”라며“이 모임의 목표는 공교회의 건강성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목회자들의 독서가 성도들이 올바르게 서는 기초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교파와 성별에 상관없이 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실제로 이 모임에는 장 목사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뿐만 아니라 기독교대한감리회, 예수교대한성결교회 등 초교파적 참석자들과 여성 목사들도 함께하고 있었다.
모임에 3년째 참석 중인 김홍성(74) 상록에벤에셀교회 목사는 “이곳에서는 일 년에 50권이 넘는 책을 읽는다”며 “어려운 책도 함께 나누고 이해하면서 신학적 깊이를 더하고, 설교 준비에도 큰 도움을 받는다”고 전했다.
모임이 끝나면 목사들은 함께 식사하고 운동도 즐기며 친목을 다졌다. 시신경 위축으로 시각장애 중증을 진단받은 임영훈(51) 안산열매교회 목사는 독서모임에 특별한 의미를 두고 있었다. 그는 “2017년에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의 전자도서관에서 우연히 독서모임에 대한 소식을 알고 참여하게 됐다”며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해 읽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딱딱한 독서가 아닌 소통 중심의 모임이라 즐겁다”고 말했다.
하늘기쁨독서회는 장석환 목사를 중심으로 처음에는 10명의 목회자로 시작했으나, 지인 소개와 입소문을 타면서 점점 성장해 현재는 국내외 5개 지부에 100여 명의 목회자가 참여하고 있다. 장 목사는 “독서는 함께할 때 나눌 것이 많고 책에 대한 집중도도 높아진다”며 “교회마다 자발적인 독서 모임이 생기기를 바란다”고 얘기했다.
안산=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