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떨어져요”… 위축된 프리미엄 MR 헤드셋 시장

입력 2024-08-26 06:00
애플이 지난 2월 출시한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 전면부 모습. 애플 제공

메타가 애플의 ‘비전프로’에 대항하기 위한 고급형 혼합현실(MR) 헤드셋 제작을 중단했다. 고가의 헤드셋 기기의 가성비를 두고 회의적인 시장의 반응이 나오자 확장현실(XR) 기기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던 주요 기업들이 전략을 수정하는 모습이다.

24일(현지시간) 더인포메이션, 더버지 등 외신에 따르면 메타는 고급형 MR 헤드셋 제품 개발을 중단했다. 이 제품의 코드명은 ‘라 졸라’다. 지난해 11월 개발을 시작해 오는 2027년 출시 예정이었다. 더 인포메이션은 내부 직원을 인용해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이 이번 주 회의를 거쳐 직원들에게 라 졸라 헤드셋에 대한 작업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는 제품 가격을 낮추는 데 실패한 탓이다. 라 졸라는 프리미엄급 MR 헤드셋으로 비전프로에 사용된 초고해상도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가 적용될 계획이었다.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는 크기가 작고 복잡한 생산 공정이 필요하다. 개발 담당 부서인 리얼리티랩스는 헤드셋의 가격을 1000달러(약 133만원) 이하로 낮추는 게 목표였지만 마이크로 OLED 생산 비용이 상승하면서 이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애플의 비전프로의 부진한 성적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비전프로는 성능이 3500달러(465만원)에 이르는 가격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가 속에 예상보다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비전프로는 지난 2월 출시된 이후 2분기 출하량이 8만대 수준이었으며 3분기에는 2만대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비전프로까지는 아니지만 1499달러에 출시된 ‘퀘스트 프로’ 역시 부진했다는 점도 고가형 제품의 시장성에 대한 의문을 키우는 요소다. 메타의 기존 MR 제품인 ‘퀘스트 3’, ‘퀘스트 2’는 각각 500달러, 200달러에 판매 중이다.

대신 애플과 메타 모두 보급형 헤드셋 출시에 집중할 계획이다. 애플은 비전 프로보다 저렴한 버전의 MR 헤드셋을 이르면 내년 초 출시 예정이다. 가격대는 비전프로보다 저렴한 1500달러 안팎 수준으로 형성될 전망이다. 메타도 비교적 저렴한 ‘퀘스트 벤투라’를 올해 말 출시해 대중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