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2025’ 책임자 사임… 트럼프와 거리두기

입력 2024-07-31 05:47 수정 2024-07-31 08:18

보수 정부 집권 의제를 담은 ‘프로젝트 2025’ 핵심 책임자 폴 댄스가 사임을 발표했다. 댄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백악관 인재관리국 비서실장을 역임한 핵심 측근이어서 프로젝트 2025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중요 연결고리 중 한 명으로 지목돼 왔다. 그의 사임은 보고서 내 극단적 정책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트럼프 전 대통령과 거리 두기에 나서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댄스는 최근 헤리티지재단 직원들에게 “이 프로젝트 작업은 전당대회와 함께 마무리될 예정이었다”며 “현재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8월 말 헤리티지를 떠날 계획”이라는 메모를 보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댄스는 재단 측에 이번 주 사임 뜻을 통보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프로젝트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자 사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2025는 헤리티지재단이 주도하고, 110여 개 우파 단체가 참여한 협업 보고서다. 댄스 외에도 러스 보트 전 예산관리국장, 스티븐 밀러 전 연설담당 선임고문, 톰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대행,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존 맥켄티 전 백악관 인선 국장 등 트럼프 1기 행정부 핵심 인사들 다수가 보고서 작성에 관여해 사실상 ‘트럼프 2기 행정부 공약집’으로 불렸다.

보고서에 담긴 교육부 폐지, 학자금 대출 구제 프로그램 중단, 대통령과 행정부 권한의 대폭 확대, 법무부·국토안보부·연방수사국(FBI) 기관 정비, 불법 이민자 추방, 대규모 감세 등 정책은 트럼프 캠프 공약과도 일치한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보고서에 담긴 극우 정책을 거론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반복적으로 비난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텍사스주 연설에서도 “프로젝트 2025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을 강하게 공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극단적인 마가(MAGA·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운동 구호) 운동은 출생시민권 제도까지 끝낼 것을 제안한다”며 “이는 이 사람들이 얼마나 극단적인지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비난 여론이 커지면서 중도·무당파 유권자 이탈 가능성이 제기되자 트럼프 전 대통령도 거리 두기를 시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달 초 트루스소셜에 “나는 프로젝트 2025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들이 말하는 것 일부는 동의하지 않으며, 일부는 완전히 터무니없고 끔찍하다”고 비판했다.

수지 와일스 공동선대위원장은 헤리티지재단에 반복해서 전화를 걸어 홍보 활동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설명했다. 크리스 라시비타 공동선대위원장은 “트럼프 캠프는 1년 이상 프로젝트 2025가 우리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캠프를 대변하지 않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되지 않는다는 것을 매우 분명히 밝혀왔다”는 성명도 발표했다. 그는 최근에는 보고서에 참여한 사람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헤리티지재단 측은 트럼프 전 대통령 비난에 당황하며 활동을 축소하고 있다고 WP는 설명했다. 재단 측은 보고서 작성자들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과 프로젝트 2025는 많은 문제에 대해 의견이 일치하지만, 트럼프 대통령만이 자신의 의제를 설정한다. 프로젝트 2025는 어떤 면에서도 트럼프나 그의 캠프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인터뷰 방침도 나누어 줬다고 한다.

WP는 “일부 헤리티지재단 직원들은 조직을 떠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며 “로버트 회장은 ‘폭풍이 지나갈 것’이라고 말했지만, 직원들은 트럼프 캠프가 조직을 계속 공격하는 것에 대해 실망감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