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새 누전·합선” 4500억원 들인 中 트램, 개통 7년 만에 ‘철거’

입력 2024-05-11 06:00
철거가 확정된 중국 광둥성 주하이시의 트램. 바이두 캡처

4500억원이 투입된 중국 광둥성 주하이의 트램(노면 전차)이 잦은 고장과 적자 누적으로 전면 철거된다.

11일 중국 펑파이신문과 차오뉴스 등에 따르면 주하이시 인민정부는 지난 7일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트램 1호선 시범사업 1단계를 종료하고 관련 설비를 모두 철거한 뒤 도로를 복구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트램은 2013년 9월에 착공해 2017년 6월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총 13억2700만 위안(약 2500억원)이 투입됐지만, 도로 개보수 비용까지 합치면 실제 누적 투자액은 24억 위안(4537억원)에 달한다고 펑파이신문은 전했다. 길이는 약 8.9㎞로 14개의 역이 설치됐으며 2021년 1월 전염병 예방 및 통제를 이유로 운영이 중단됐다.

주하이시 교통운수국에 따르면 이 트램은 개통 이후 전기공급의 기술적 결함, 잦은 고장, 낮은 승객 흐름, 높은 운영 비용 등의 문제를 보였다. 빗물이 지상 전력공급 모듈에 스며들어 누전, 합선, 연기 발생 등의 안전사고 위험도 발생했다. 운항 중단 횟수는 연 평균 19회였다.

손실도 컸다. 시범운영 기간 총 이용객 수는 463만명, 하루 평균 이용객 수는 3664명으로 집계됐는데 사업타당성 보고서가 예측한 숫자의 5%에 불과했다. 승객 1인당 운송원가는 67위안(1만2660원)이었지만, 티켓 요금은 1위안(190원)이어서 1인당 66위안(1만2470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2017년부터 2020년 말까지 시범운영 기간에 약 3억 위안(567억원)의 운영 비용이 투입됐는데 티켓 수익은 387만 위안(7억3000만원)에 그쳤다. 이 기간 지급된 재정보조금만 1억7900만 위안(338억원)이었다.

트램을 철거하지 않고 유지하면 전원공급시스템 개조에 최소 9420만 위안(178억원), 차량 유지·관리에 2880만 위안(54억원)을 추가 지출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승객은 적고 운영비용은 많이 들어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공망은 “철거는 투자 실패를 의미하고 막대한 투자가 낭비된 것이며 당시 의사결정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지만,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철거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중국 광둥성 주하이의 트램. 바이두 캡처

시는 트램 관련 시설·설비를 모두 철거한 후 확보한 폭 8m 공간을 활용해 기존 왕복 6차로를 왕복 8차로로 조정한다. 버스전용차로를 새로 설치해 대중교통의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차오뉴스는 “중국 본토에서 20개 이상의 도시가 트램을 개통했지만, 대부분은 도로공간 점유, 높은 투자비용, 낮은 승객 흐름 및 느린 속도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시민들은 불평하고 운영자는 오랫동안 손실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