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대 복권 당첨금을 받게 된 이가 암 투병 중인 라오스 출신 이민자로 밝혀지면서 인생의 가치를 곱씹어보는 네티즌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암 치료 때문에 8년 동안 가족을 부양하지 못한 당첨자가 가족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는 사실도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더선 등 미국 언론은 오리건주 세일럼의 오리건복권본부 주최로 29일(현지시간) 열린 기자회견에 라오스 출신 이민자인 챙 새판(46)과 아내와 친구 등 3명이 13억2600만달러 규모 파워볼 당첨자로 등장한 소식을 이날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당첨금은 우리 돈으로 1조 8259억원에 해당한다. 이는 파워볼 역사상 4번째 큰 금액이며, 미국 복권 중 8번째로 큰 당첨금으로 집계됐다.
미국 언론은 새판 등 3인이 세금을 제외하고 4억 2200만 달러(약 5811억 원)를 일시금으로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세 사람은 100달러(약 14만원)를 모아 복권 20장을 샀다고 한다.
새판은 이날 취재진에게 “대박을 터트린 것은 믿음과 행운의 조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하나님께 도와달라고 기도했다”고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항공우주회사에서 기계공으로 일했던 그는 2016년부터 암 치료를 받느라 생업을 접어야했다. 그는 “내 두 아이는 어리고 나는 그다지 건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당첨금으로 가족을 온전히 부양하고 여유있게 치료를 받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새판은 “내 인생이 바뀌었다. 이제 가족을 축복하고 좋은 의사를 고용할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그는 복권 당첨 사실을 일하러 가던 아내에게 알렸던 일화도 전했다. 차를 몰고 출근하던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뭐하냐”고 물었다고 한다. 아내는 “운전해서 출근하고 있다”고 답했고, 새판은 “여보, 이제 회사에 가지 않아도 돼”라고 말했다.
암투병 중인 새판은 이날 취재진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 돈을 다 쓸 시간을 내가 어떻게 가질 수 있느냐” “나는 언제까지 살 수 있느냐”고 물었다.
라오스에서 태어난 새판은 1987년 태국으로 이주했다가 1994년 미국으로 이민 왔다. 자신을 ‘위미엔(Iu Mien)’민족으로 밝혔다. 위미엔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