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주식 팔고선 “외인 매도 짜증”…개미 유튜버의 배신

입력 2023-06-22 15:44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자신의 보유 종목을 추천해 주가를 띄워 거액을 챙긴 리딩방·유튜브 운영자 6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주가가 오른 뒤 팔아치우거나 회원 유치 인센티브를 받아 모두 65억원을 챙겼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채희만)는 ‘주식 리딩’을 이용한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4건을 수사해 양모(30)씨와 김모(28)씨 등 2명을 구속기소하고 안모(30)씨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들은 미리 매수한 특정 종목을 주식 리딩방 회원이나 주식 유튜브 구독자에게 추천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매도하는 선행매매 수법으로 부당이득을 올린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는다.

양씨와 안씨, 신모(28·불구속)씨는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카카오톡 무료 리딩방에서 자신들이 보유한 28개 종목을 추천하고 주가가 오르면 팔아 3억6400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슈퍼개미’로 불린 김모(54·불구속)씨는 2021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유튜브 채널에서 5개 종목을 추천하고 58억원의 차익을 남긴 혐의를 받는다. 김씨의 유튜브 구독자는 현재도 51만9000명에 달한다.

김씨는 2021년 6월 자신이 보유한 3만원대 초반 주식에 대해 “매도할 때가 아니다. 4만원 이상까지 봐도 된다” “솔직히 6만원, 7만원 가도 아무 문제가 없는 회사”라며 반복적으로 매수를 권했다.

그러면서도 김씨는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로 주식을 매매해 구독자들에게 거래 동향을 숨겼다. CFD의 경우 개인을 제외한 외국인이나 기관으로 거래 정보가 집계된다.

그러고는 김씨는 방송을 통해 “외국인들이 매도해 짜증 난다”고 거짓말을 했다. 자신의 물량을 안정적으로 떠넘기기 위해 ‘연막작전’을 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유료 카카오톡 리딩방 운영자 김모(28)씨는 2020년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주가조작 세력이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에 개입해 주가를 올리고 있다며 매수를 권했다.

이 말을 믿고 주식을 사들인 회원 약 300명은 결국 합계 150억원 넘는 손실을 떠안았다. 김씨는 리딩방 운영을 지시한 이들로부터 회원 모집 성과급 2억원을 챙겼다.

검찰은 김씨에 리딩방 운영을 맡긴 업체와 김씨를 통해 주가를 띄우고 부당이득을 취한 주가조작 세력을 계속 수사 중이다.

송모(37·불구속)씨는 2020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63개 종목을 선행매매해 1억2200만원의 부당이득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송씨는 투자자 86명에게 원금 보장을 약속하고 투자금 133억원을 모집한 혐의(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도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보유한 재산에 대해 추징보전 절차를 밟아 부당이득을 환수할 방침이다.

검찰은 ‘단기 고수익 보장’ 등 허위 광고를 내세운 주식 리딩방이 불공정 거래에 악용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무료 주식 리딩은 유료 회원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일 가능성이 크고, 무료 리딩을 따라 거래할 경우 ‘물량받이’가 돼 선행매매 범죄의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개 오를 수 없는 종목을 미리 매수한 뒤 리딩방에서 최대한 많이 투자를 권유하고 팔아치우는 구조여서 일반 투자자는 결국 손해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유료 리딩방 운영자가 투자 가능 금액을 확인하거나 특정 종목의 수익을 보장하며 수익 배분을 요구할 경우 사기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