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과 흠집이 있는 ‘못난이 과일’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전기 요금을 절감하고 식비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최근 전기료가 대폭 인상되고 채소값이 오른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18일까지 고효율 에어컨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4배 올랐다고 24일 밝혔다. 같은 기간 냉장고와 공기청정기도 고효율 제품의 매출이 각각 2.1배, 2배 늘었다. 롯데하이마트 대치점에서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김모(35)씨는 “과거에는 고객들이 디자인과 가격을 중요시했는데, 최근엔 에너지 효율 등급을 먼저 확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에너지소비효율이 1등급의 기준을 넘어서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힘쏟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전체 에어컨 매출 중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의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약 2배에 이르렀다. LG전자 역시 새로 선보이는 에어컨, 공기청정기, 김치냉장고에 ‘외출절전’ ‘에너지 절감 코스’ 등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가격이 저렴한 ‘못난이 과일’도 인기다. GS더프레시에서 판매 중인 ‘착한사과’의 매출은 올해(1월 1일~지난 21일)까지 전년 동기보다 117% 늘었다. 착한사과는 맛에는 문제가 없지만 크기나 모양이 기준에 미달해 싸게 판매하는 상품이다. 구매 고객 중 50대 여성의 비율이 특히 두드러졌다. CU에서 지난 10일 선보인 못난이 채소 ‘싱싱상생’은 출시 2주 만에 전체 채소 매출 중 19.7%의 비중을 차지했다.
식당에서도 못난이 채소를 찾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는 지난 3월 처음으로 급·외식 고객사에 ‘실속형 엽채류’를 공급하기 시작했는데, 현재 1300여개 고객사가 납품을 받으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잎의 크기가 균일하지 않거나 작은 흠집이 있는 시금치, 적상추 등을 5~10% 저렴한 값에 공급하는 제품이다.
이는 전기료와 식재료비 부담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기료의 물가지수는 136.48로 지난해 동기 대비 29.5% 상승했다. 지난 3월 채소와 기타농산물의 전년 동월 대비 가격 상승률은 각각 16.7%, 10.3%로 나타났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B급 상품이라면 소비자들이 꺼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고물가 영향으로 실속 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인식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