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승차 손실보전 국가 재정 지원 논란은 이미 수차례 벌어졌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예산 줄다리기’를 떠올리게 한다. 무조건 중앙정부에 손부터 벌리고 보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자체가 주어진 권한에 걸맞게 책임도 짊어져야 한다는 기획재정부의 의견이 늘 맞서곤 한다.
지방정부의 주장은 간단하다. ‘맏형’인 중앙정부가 대규모 재정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도움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지역 상권을 위한 지역화폐 발행이나, 노인 복지 관련 경로당비 냉난방비 지원 등에 재정 투입의 명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들 사업이 중앙정부 예산 투입 우선순위에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특히 경로당 운영·도시철도 운영 등 지자체에 권한이 있는 사업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중앙정부가 일괄적으로 지원에 나설 경우 지역별 형평성 문제도 있다. 지역별로 상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실제 2021년 기준으로 서울교통공사 적자는 2831억원인데, 광주도시철도공사 적자는 64억원으로 지자체별 편차가 크다.
문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줄다리기가 늘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진행된다는 것이다. 각 지역 의견을 신경 안 쓸 수 없는 국회의원들이 기본적으로 지자체 쪽 의견에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앞선 지역화폐 이슈, 경로당비 냉난방비 지원 등 이슈에서도 기재부가 관련 예산을 증액하는 선에서 마무리된 바 있다.
이번에도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회 3당 정책위의장은 나란히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초고령화시대 대비, 지하철 무임수송제도 운용 이대로 괜찮은가?’ 정책토론회에 참석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비중이 얼마가 되더라도 적자를 보전해 주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고,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중앙정부, 지방정부, 정당, 노인과 함께 의지를 모아서 의견들을 집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여전히 지원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견지 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17일 “지역 체육관·도서관 등 누가 봐도 각 지자체 소관인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국가 예산을 투입하려는 일도 매년 국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벌어진다”며 “관련 예산의 편익이 일정 지역 내에서만 한정될 게 뻔한데 중앙정부 예산을 활용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작 지방정부의 재정 여력은 중앙정부보다 충분하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는 1064조원으로 이중 지방정부의 순채무 규모는 31조원 정도다. 국가채무의 2~3% 가량을 차지하는 수준인 셈이다.
게다가 지금 무임승차 손실보전을 주장하는 서울시의 재정자립도는 다른 시도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으로, 재정건전성이 우수하다. 한 정부 관계자는 “서울시가 대중교통 가격 인상을 더 미루긴 어려운데, 시민들의 저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니 괜히 기재부를 걸고 넘어지면서 논점을 흐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