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간 해외 도피 끝에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연관성을 재차 부인했다.
김 전 회장이 탑승한 태국 방콕발 아시아나항공 OZ742편은 이날 오전 8시20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검찰은 현지 공항에서 태국 당국으로부터 김 전 회장의 신병을 인계받아 항공기 탑승 직후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김 전 회장은 취재진을 만나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저 때문에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상처받았다. 검찰에서 다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께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답했다.
이재명 대표나 이 대표 측과의 관계, 연락 여부를 묻자 “모릅니다”라고 짧게 답했고, ‘전혀 모른다는 거냐’는 질문에도 “네”라고 대답했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해선 “변호사비가 이 대표에게 흘러간 게 없다”고 부인했고, 정치적 망명을 검토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런 적 없다”고 주장했다.
입국장에 들어선 뒤에도 김 전 회장은 “검찰에서 잘 소명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김 전 회장과 함께 송환된 양선길 현 쌍방울그룹 회장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과 ‘대북 송금’ 등 각종 의혹에 연루된 쌍방울그룹의 실소유주다. 그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을 비롯해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증거인멸 등의 혐의를 받는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5월 말 검찰 압수수색을 앞두고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같은 해 7월 말 태국으로 옮겨 도피 생활을 해 왔다. 그는 지난 10일 사촌 형인 양 회장과 태국 빠툼타니의 한 골프장에서 현지 경찰 이민국에 검거됐다.
검찰은 체포영장이 집행된 뒤 48시간 이내 김 전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는 만큼 인천공항에서 곧바로 수원지검으로 압송해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는 지난 13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김성태라는 분의 얼굴도 본 적이 없다”고 부인하며 “(쌍방울과의) 인연이라면 내의 사 입은 것밖에 없다”는 농담도 던졌다. 김 전 회장 역시 15일 KBS 인터뷰에서 이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 “만날 만한 계기도 없고, 만날 만한 이유도 없다”며 “이재명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초토화됐다”고 주장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