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대엔 ‘텍스트’ 대신 ‘이미지’가 복음의 효과적 언어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시대적 언어에 맞는 새로운 도구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박성민 한국대학생선교회(CCC) 대표)
21세기 전도와 선교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전 세계 오순절교회 올림픽’으로 불리는 제26차 세계오순절대회(PWC·Pentecostal World Conference) 둘째 날 오전 진행된 워크숍에서 전 세계 선교 전문가들이 전한 키워드는 ‘혁신을 위한 마음가짐’과 ‘새로운 도구’였다.
이날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에서 11개 주제로 진행된 워크숍에서 피델 몬순(Fidel Monzon) 목사는 필리핀의 미전도 종족 선교 사례를 소개하며 남반구, 특히 아시아 지역 교회가 다양한 지역에 선교사를 파송해야 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선교사 파송 현황표를 펼쳐 보이며 “1900년대엔 북반구 국가의 선교사 파송 비율이 82%에 달했지만 2020년대엔 33%에 그치고 있다. 선교사 3명 중 2명(67%)이 남반구 국가 출신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교사를 파송 받는 나라에서 선교사를 파송하는 나라로의 전환은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이 어느 한 지역과 민족에게만 주신 게 아니라 지상의 모든 교회와 성도들에게 주신 것이란 생각에서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지속 증가세를 보이는 남반구 국가의 기독교인 비율과 해당 국가에 아시아 교회 출신 선교사 파송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몬순 목사는 “필리핀의 경우 길거리 전도를 할 때 기본적으로 3~4가지 언어가 사용될만큼 빠르게 언어를 습득하는 능력이 배어 있어서 현지어로 복음을 전하기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 “사고방식, 공동체에 대한 의식 등 남반구 국가에서 통용되는 문화적 배경이 현지 적응을 도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파송되는 선교사들이 복음의 촉매제가 되기 위해 필요한 요소로 ‘섬김’과 ‘협업’을 꼽았다. 몬순 목사는 “목회자가 선교지를 향한 성도의 비전을 꺾어버리는 ‘자기 공동체 이기주의’가 여전한 현실이기에 ‘섬김의 정신’이 필요하다”며 “다른 지역의 리더들과 협업해 복음을 전하는 훈련이 병행돼야 선교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고 전했다.
박성민 대표는 ‘21세기 전도를 위한 디지털 도구’를 주제로 강단에 올랐다. 그는 이 시대의 선교를 3개의 ‘R’로 축약해 설명했다. 하나님께서 주신 계시(Revelation)에는 기회의 창을 열어주실 정해진 시기가 있고, 사명을 이뤄갈 책임(Responsibility)을 갖고 선교에 나서야 하며, 다음세대 복음화를 위해 선교 도구를 초기화(Reset)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관계 전도를 위한 디지털 선교 도구를 영상과 함께 소개했다.
핵심은 거부감을 최소화하고 접촉과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었다. 다양한 사진이 들어 있는 ‘솔라리움’ 카드, 뒤집으면 재밌는 질문이 나오는 ‘브릿지’ 카드가 대표적이다. 솔라리움은 ‘요즘 당신의 삶을 잘 나타내는 사진을 3장 고르세요’ 같은 질문을 던지며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도구이고, 브릿지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같은 질문을 통해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돕는다.
3분 정도의 영상을 보고 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게이트웨이’ 애플리케이션, 4개의 심볼(물음표 나눔표 십자가 하트)을 활용해 성경의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는 ‘더 포(the four)’도 소개됐다.
하이라이트는 CCC가 자체적으로 구축 중인 메타버스 플랫폼 ‘C-On(시온)’ 소개였다. 박 대표는 “기독교 세계관을 기초로 한 메타버스 환경이 구축되면 가상 공간에서 예배는 물론 아바타를 통한 만남과 대화, 소그룹 모임, 상담, 그룹회의, 교회학교 교육 등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 교회와 성도들이 무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준비 중이며 내년 하반기에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세계복음화의 본질과 방향성은 달라지지 않지만 방법론은 시대에 발맞춰 변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2일 오후와 이날 오전 두 차례 진행된 워크숍은 제26차 세계오순절대회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글·사진=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