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노포’ 을지면옥, 결국 헐리나…명도 가처분 인용

입력 2022-06-22 00:44 수정 2022-06-22 10:06
사진 연합뉴스

재개발에 들어간 서울 세운상가 재정비구역에 있는 노포(老鋪) 을지면옥이 재개발사업 시행자에 부동산을 인도해야 한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현재 해당 지구에서 유일하게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을지면옥이 결국 철거될 가능성이 커졌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25-2부(부장판사 김문석 이상주 박형남)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2구역 재개발 시행자가 을지면옥을 대상으로 제기한 부동산 명도 단행 가처분신청의 항고심에서 1심 결정을 깨고 일부인용 결정을 지난 14일 내렸다.

부동산 명도 단행 가처분이란 채권자가 부동산을 인도받아야 하는 사정을 법원에 소명해 채무자로부터 부동산 점유를 이전받는 것을 뜻한다.

앞서 시행자 측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재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분양신청을 받았지만 을지면옥은 분양신청을 하지 않았다. 이에 시행자 측은 서울시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 두 차례 수용재결을 신청해 을지면옥 건물과 영업권에 대한 손실보상금을 산정받아 전액을 공탁했다.

이후로도 건물이 인도되지 않자 시행자 측은 서울중앙지법에 을지면옥에 점포가 위치한 건물 인도를 구하는 소송을 내며 부동산 명도 단행 가처분신청도 함께 냈다.

을지면옥 측은 본안 소송 1심에서 패소 후 항소했다. 이 가운데 부동산 명도 단행 가처분 사건에 대해서는 1심 재판부가 지난 1월 28일 신청을 기각했다. 채무자 을지면옥 측이 본안소송 1심에서 패소 후 항소한 상태라는 게 기각 사유였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을지면옥이 인도 거부에 대한 정당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며 시행자 측 손을 들어줬다.

항고심 재판부는 “채권자는 이 사건 정비구역 103개 영업장 중 을지면옥을 제외한 102개 영업장을 인도받았다”며 “채무자의 인도 거부로 사업 진행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채무자가 건물 인도를 거부할 정당한 이유를 소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또 “채권자가 수용재결에서 정한 영업손실보상금 전액을 공탁해 손실보상이 완료됐다”며 “본안판결을 기다릴 경우 채권자도 상당한 손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을지면옥 측은 지난 16일 법원에 가처분 이의를 제기하고 17일에는 강제집행 정지를 신청했다.

세운지구는 2017년 4월 사업시행 인가를 받아 2019년 하반기 철거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을지로 노포를 보존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며 사업이 전면 중단된 바 있다. 을지면옥은 해당 지구에서 1985년 개업해 올해로 37년째 영업 중이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