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산불 사흘째 계속···산림 피해 400㏊ 넘을 듯[영상]

입력 2022-02-17 16:10 수정 2022-02-17 16:57
경북 영덕 산불이 건조한 대기 속에 강한 바람을 타고 확산하면서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현재 산림 피해 면적은 40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경북도 소방본부 제공

경북 영덕 산불이 건조한 대기 속에 강한 바람을 타고 확산하면서 사흘째 이어졌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는 17일 오후 2시30분 영덕 산불의 주불은 잡았으며 산림 피해 면적은 400㏊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산림청과 경북도소방본부는 지난 16일 산불이 재발화하자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 산불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험준한 지형과 강한 바람, 한파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17일 오후 경북 영덕 산불 현장에서 동원된 헬기가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다. 경북도 제공

경북소방본부와 영덕군은 이번 산불이 농사용 반사필름으로 인한 전신주 스파크가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소방본부는 농업용 반사필름이 날아가 전신주에 닿아 불꽃이 발생하며 불이 난 것으로 결론 내렸다. 1차 조사에서 전신주에 타다 남은 반사필름 흔적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사필름은 가연성인 비닐재질에 전기가 잘 통하는 알루미늄을 덧씌워 전신주에 걸리면 정전이나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

산림청은 지난밤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12m에 이르는 강풍과 건조한 날씨도 산불을 키우는 도화선이 된 것으로 분석한다. 경북지역은 매년 이맘때쯤 ‘양간지풍’(襄杆之風)이 강하게 불어온다.

양간지풍은 봄철에 강원도 양양군과 고성군(간성) 사이에 발생하는 남서풍이다. 이 바람은 태백산맥 서쪽인 영서지역에서 발생한 상층의 따뜻한 공기와 하층의 차가운 공기가 태백산맥을 넘어 동쪽 급경사면을 타고 영동지역으로 빠르게 내려온다. 산불 발생 시 피해면적을 키우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2005년 발생한 고성군 산불과 2019년 4월 고성·속초 산불 등이 양간지풍으로 산불이 번진 사례로 손꼽힌다.

또 경북 동해안지역은 수일째 건조특보가 발령되면서 메마른 날씨가 이어져 대형 산불 위험이 산재해 있었다. 경북에서는 올해 들어 30여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했다.

경북도소방본부 관계자는 “양간지풍은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푄현상을 일으키고 양양과 간성 사이의 골짜기 지역을 지나며 지형적 영향으로 속도가 빨라지면서 산불 발생 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을 가속화한다”고 설명했다.

산불은 발생 36시간 만인 이날 오후 2시30분쯤 주불을 잡는데 성공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현재 지자체와 산림당국 등은 산불이 재발화하지 않도록 뒷불 감시에 집중하고 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정확한 구역은 다시 봐야겠지만 산불이 지나간 지역, 즉 산불영향구역은 현재 약 400㏊로 보인다”며 “진화가 길어지고 산불구역이 확대됐다. 정확한 면적은 진화 후 1~2개월이 지나야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번 불은 지난 15일 오전 4시1분쯤 영덕 지품면 삼화리 산에서 1차 발생해 진화했지만, 밤새 불이 되살아나면서 영덕읍 화천리와 화수리 일대로 번졌다.

신림청은 산불이 확산하자 지난 16일 산불 대응 3단계를 발령했다. 이어 소방청도 전국 8개 시·도에 소방동원령 1호를 발령하고 펌프차 등 차량 75대와 인력 187명을 투입했다. 경북소방본부도 도내 전 소방 자원을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해 진화에 합세했다.

영덕=김재산 안창한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