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반도체·배터리 경제안보로 접근해야”

입력 2021-12-26 13:30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송년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과거에는 전 세계가 (글로벌 공급망을) 다 같이 썼는데, 이제는 진영별로 쪼개질 수 밖에 없다. 공급망 재편이 되니까 반도체 업계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험으로 작용하는 것도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송년 기자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 회장은 코로나19 상황과 전 세계적인 경제 질서 재편을 맞아 기업과 정부가 ‘원팀’으로 위기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진단하며, 장기적으로 기업의 역할이 탄소 감축 등 사회 문제 해결에 자발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도 국내 경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최 회장은 “코로나 상황이 벌써 2년을 지나고 내년에는 3년째에 접어들어 이제는 단기 대응을 하던 시기는 지나고 장기적인 영향(임팩트)이 올 시기가 됐다”면서도 “우리나라 수출이 잘 된 이유는 코로나로 셧다운됐던 다른 나라에 비해서 한국은 코로나로 제조업이 셧다운 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나라 방역체계가 앞으로도 잘 작동한다면, (업종별로) 명암의 차이가 있겠지만 내년도 경제전망은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이슈로 인한 반도체, 배터리 등 국내 주요 산업의 위기 해결을 위해 기업과 국가의 ‘원팀’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반도체, 배터리 관련된 것들이 이제는 각 국가들이 경제안보로 접근한다”면서 “반도체, 탄소 문제가 다 연결돼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우리나라 핵심 산업이 다 얽혀 있어서 우리나라가 비전과 방향을 세우고 다른 나라와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부족 등 상황에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통적 사고구조를 바꿔야 한다”면서 “단지 제품을 만들어서 밖에 파는 것만으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와있고 새로운 성장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탄소 감축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당면한 과제이나 정부가 주도하는 형태만으로는 탄소 감축 달성이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어 “IPCC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2도 상승하면 인명 피해를 제외하고 경제적 손실액만 해도 탄소전환에 드는 비용의 10배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면서도 “탄소를 많이 배출하면 벌금, 세금을 내게 하겠다는 정책만으로는 목표가 달성될 수 없으며, 기업들이 발생하는 탄소를 더 줄일 아이디어를 내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송년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특히 최 회장은 올 초부터 대한상의 회장을 맡아 ‘국가 아이디어 공모전’ ‘소통플랫폼’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활발하게 진행해왔다. 이에 대해 그는 “이런 것(활동)들이 모두 미래에 기업이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고 미래 성장을 위해 민관이 하나의 원팀이 되는 데 있어 중요하다”면서 “그동안 소통과 협업에 대한 비용이 비싸서 활발한 소통이 어려웠는데, 소통을 통해 반기업정서가 어느 정도 해소돼야 기업의 역할이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고 사회가 원하는 형태의 일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어 “기업이라는 조직은 효율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조직인데 이제껏 돈 버는 데만 써왔다”면서 “기업이 사회문제 등 다른 문제도 풀 수 있도록 돈이나 자산, 기업가치 평가 등 유인이 생기면 기업의 역할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