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개인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비판한 것을 두고 선거 개입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철저히 피하고 있다.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나 정부는 정치 중립을 지키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청와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현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이나 부동산 정책을 에둘러 비판했을 때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탁 비서관이 개인 SNS를 통해 야당 후보를 직접 겨냥한 발언을 한 것은 정치 중립 의무를 위반한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의 공식적인 공보 체계에 따라 정제된 표현으로 윤 후보의 주장을 반박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3박4일간의 호주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며 페이스북에 사진 한장을 올렸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내외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찍은 셀카였다.
윤 후보는 이틀 뒤인 17일 이 사진을 문제 삼고 나섰다.
윤 후보는 “코로나 하루 확진자가 곧 1만명을 넘어설 태세고, 의료체계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게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라며 “문재인정부는 자기 자신까지 속이고 있다. 그러니 호주까지 가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찍은 셀카를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탁 비서관은 같은 날 윤 후보를 향해 “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정상 외교의 의미와 효과를 모르는 게 참담하다”고 반박했다.
탁 비서관은 “상대국 정상이 호의와 친근함으로 (셀카를) 요청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웃으며 해야 한다. 이것도 대통령의 일”이라며 “(윤 후보가) 대통령보다 더 많이, 열심히 셀카를 찍으시던데 방역을 철저히 해 달라”고 지적했다.
이어 “야당의 외교 결례가 참 걱정이다. 국익에 큰 손해를 끼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청와대는 국내 코로나 상황과 별개로 중국발 공급망 문제 해결 측면에서 문 대통령의 호주 순방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보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9일 페이스북에서 “문 대통령은 호주 순방에서 자원 부국인 호주의 핵심 광물 확보를 통한 공급망 강화라는 성과를 거뒀다”며 “호주의 거듭된 요청으로 정해진 국빈 방문을 미룰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일상회복의 준비 부족으로 국민께 또 고통을 드리게 된 것은 대통령도 사과했다”며 “그렇다고 호주 국빈 방문의 성과마저 폄훼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자세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다만 박 수석은 윤 후보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청와대 참모가 후보 개인을 겨냥할 경우 정치 중립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탁 비서관의 개인 페이스북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6월 문 대통령의 유럽 3개국 순방 암호명과 공군 1호기 내부의 대통령 회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 논란을 빚었다.
당시 탁 비서관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순방 암호명이나 1호기 사진을 개인 계정으로 올렸어야 할 필요는 없었다”며 “그런 부분이 불편했다면 조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탁 비서관은 여전히 개인 SNS에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 사진을 올리고 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