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 삼전·카카오 부침에 매도하는 개미들, 사들이는 기관

입력 2021-11-21 06:00

‘국민주’가 된 삼성전자와 카카오의 주가가 부침을 거듭하면서 수백만 개미들이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 그간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카카오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바탕으로 주가가 하락해도 ‘추매’(추가 매수)로 대응했다. 하지만 주가가 몇 달간 반등하지 못하고 부진하자 매도로 돌아서고 있다. 기관은 개미가 던진 물량을 매입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두 기업이 직면한 규제와 업황 악화 등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며 중장기 전망을 밝게 본다.

21일 카카오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소액주주는 201만9216명이다. 지난해 말 56만1027명에 비해 3.6배가량 늘어났다. 코스피의 대장 격인 삼성전자도 지난해 말 215만3969명에서 9월 518만8804명까지 큰 폭으로 늘었다. 삼성전자와 카카오는 국내에서 소액 투자자가 가장 많이 투자한 1, 2위 기업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압도적인 실적으로 존재감을 입증했고, 카카오는 자회사들을 성공적으로 상장시키며 영향력을 넓혔다.

올해 개미들의 사랑을 받으며 ‘국민주’가 된 이들 기업의 주가는 좀처럼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난 1월 ‘10만 전자’ 고지를 눈앞에 뒀던 삼성전자는 하반기 들어 꾸준히 하락해 현재 7만원 안팎에서 맴돌고 있다. 장중 한때 17만원을 돌파했던 카카오는 두 달 넘게 12만원 선을 겨우 지키고 있다.

투자자들은 처음 주가가 내려갈 때만 해도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살 기회라며 추매에 나섰다. 그러나 계단식 하락세와 답보에 인내심을 잃고 변심하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미들은 이번 달 1~19일 삼성전자를 4139억원어치 매도했다. 삼성전자 월 거래대금 기준 개인이 순매도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1년 만이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들은 카카오를 총 437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개미들이 던지는 물량은 기관이 사들이고 있다. 기관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와 카카오를 각각 4521억원, 1232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도 카카오를 3186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두 기업이 모두 매력적인 가격대에 왔다고 평가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밸류에이션은 글로벌 경쟁사 대비 36% 저평가돼있다”며 “4분기가 비중 확대의 적기”라고 말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장기투자가 입장에서는 저점 매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골목상권과 함께 성장하는 모습으로 규제리스크를 적극 타개해나갈 것”이라며 “2022년 외형이 성장하고 영업이익률도 향상될 것이다. 2분기에 강력한 반등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