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의 한 부대에서 병사들의 민감한 개인정보 기재를 요구하는 분대장 수첩이 보급됐다는 제보가 나왔다. 해당 부대 측은 일부 부적절한 문항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수첩을 즉각 회수한 뒤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30일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2작전사령부 근무지원단에서 용사들의 민감한 개인정보들을 수집했다”는 제보 글이 올라왔다. 제보자는 최근 새로 보급된 분대장 수첩에 분대원 신상 명세서를 작성하도록 돼 있는데 세부 항목들이 민감한 개인정보를 요구해 “너무 어이가 없다”고 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분대장 수첩에는 재산을 ‘상·중·하’로 표시하고, 부모의 월 수입을 기재하라는 항목이 담겼다. 부모의 최종학력과 직업은 물론 여자친구의 이름과 주소, 직업, 교제기간 등을 적으라는 문항도 있었다.
제보자는 “무슨 60년대도 아니고 이런 민감한 정보들을 이렇게 무지성으로 수집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항목에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니 ‘그냥 쓰지마’ ‘왜 유난이냐’ 등의 답변들만 돌아온다”고 토로했다.
이에 부대 측은 “제보내용을 접수해 확인한 결과 ‘분대장 상향식 일일결산 수첩’ 내 항목 중 ‘개인정보’와 관련된 일부 부적절 내용이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며 “문제가 제기된 수첩은 8월 중하순 경 새롭게 제작되는 과정에서 해당 부대가 부적절한 문항을 포함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부대는 “(분대장 수첩을) 8월 29일 즉시 전량 회수했다”며 “향후 부대는 불필요한 ‘개인정보’ 항목을 제외한 수첩을 제공토록 할 예정이며, 관리 감독을 강화해 유사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