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웅 광복회장이 고등학생들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해방 이후 들어온 소련군은 해방군이었지만 미군은 점령군이었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달 21일 양주 백석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총 13분 정도 길이의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양주 백석고는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는 ‘친일 잔재 청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학교다. 경기도교육청은 3·1운동 100주년이었던 지난 2019년부터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각 학교 구성원들이 친일 잔재라고 판단한 교명이나 교가 등을 바꿀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김 회장은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영상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해당 영상은 광복회 홈페이지와 유튜브 ‘광복회’ 명의 계정에도 올라와 있다.
이 영상에서 김 회장은 “해방 이후에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려서 북한엔 소련군이 들어오고 남한엔 미군이 들어왔다”며 “소련군은 들어와서 곳곳에 포고문을 붙였다. 그 포고문엔 ‘조선인이 독립과 자유를 되찾은 것을 축하한다. 조선의 운명은 향후 조선인들이 하기에 달렸다. 조선 해방 만세’라고 적혀 있었다. 포고문 뒤에는 ‘해방군 소련 대장 치스차코프’라고 써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비슷한 시점에 미군이 남한을 점령했다. 맥아더 장군이 남한을 점령하면서 이렇게 썼다. ‘우리는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이다. 앞으로 조선인들은 내 말을 잘 들어야 한다. 내 말을 안 들을 경우에는 군법회의에 회부해서 처벌하겠다. 그리고 모든 공용어는 영어다.’ 이런 포고문을 곳곳에 붙였다”고 했다.
김 회장은 또 “(맥아더는) 조선사람들이 그렇게 원하는 친일 청산을 공식적으로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맥아더가 미 국방성에 올렸다는 비밀 보고서 내용도 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에서 통일외교통상위원장을 지내며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는 보고서를 많이 접할 기회가 있었다”며 “(맥아더 보고서의) 핵심은 이렇다. ‘남한을 일본에 이어서 미국의 실질적인 식민지로 써야겠다. 겉으로는 독립을 시키고, 실제로는 미국의 식민지로 써야겠다’(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의 이런 발언은 또 다시 ‘정치 편향’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발언 내용이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느냐도 문제지만, ‘북한에 진주한 소련군은 선(善)이고, 남한에 진주한 미군은 악(惡)’이라는 단편적 인식을 학생들에게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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