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건 ‘완전한 경제회복’ 이뤄질까

입력 2021-06-28 16:00


정부가 소비진작책, 취약계층 지원, 기업살리기 등 3대 정책 패키지를 통한 ‘완전한 경제회복’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확장적 재정정책에 대한 부담과 물가 및 금리 인상 리스크는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청와대에서 제2차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확정했다. 문 대통령은 “올 하반기 경제 목표는 일자리를 늘리고, 격차를 줄이는, 완전한 위기 극복”이라며 “정부 역량을 총동원해서 11년 만에 4%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하고, 지난해의 고용 감소폭을 뛰어넘는 일자리 반등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풀기 위한 각종 지원책을 마련했다. 우선 1조원의 재원을 마련해 2분기 월평균 카드사용액 대비 3% 이상 증가한 카드 사용액의 10%를 다음 달에 캐시백으로 돌려줄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2019년 6.9%였던 가계저축률이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11.9%까지 올라가 소비여력이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신용카드 캐시백 외에도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국민지원금 지급 등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펼 계획이다.

정부는 코로나19사태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소득격차가 커진 ‘K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K자 하단에 있는 저소득층을 위한 포용적 회복 방안도 제시했다.

15만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고용 대책과 청년 자산형성 지원방안 등 취약부문 지원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또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해 반도체, 배터리(이차전지), 백신 등 3대 분야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총 2조원+α 규모의 설비투자 특별자금을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핵심전략산업에 대한 세제·금융 지원 등 내용을 담은 특별법도 제정한다. 정부는 이런 3종 패키지 정책 효과를 통해 올해 4.2% 성장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완전한 경제회복을 이루기까지는 각종 변수와 리스크가 존재한다. 유가 등 물가상승세가 만만치 않고, 한국은행의 연내 금리 인상 시사로 통화와 확장적 재정정책간에 ‘엇박자’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랏돈풀어 내수진작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분야는 내수진작책이다. 대규모 추경편성으로 돈을 풀어 이를 소비로 연결시키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하반기 내수 대책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카드사용액 증가분을 캐시백으로 환급해주는 ‘상생소비지원금’ 신설이다. 다만 백화점·대형마트 등 사용처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을 두고 ‘애매모호한 정책’이라는 의견과 ‘불가피한 조치’라는 의견이 맞선다.

정부는 2분기 월평균 카드사용액 대비 3% 이상 증가한 카드사용액에 대해 다음달 중 10%를 환급해주는 방안을 담았다. 2분기 월평균 카드 사용액이 100만원이었고, 8월에 153만원을 사용했다면 캐시백으로 5만원을 받는 식이다. 지급 한도는 1인당 월별 10만원, 3개월간 총 30만원이다.

투입될 예산은 약 1조원으로,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담길 예정이다. 정부는 국민의 약 96%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추산한다. 캐시백의 구체적인 방식은 설계 중이다. 개인이 여러 카드를 가지고 있다면, 주 카드를 하나로 지정한 뒤 다른 회사 카드 내역까지 통합해서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캐시백으로 받은 지원금의 사용 기한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백화점·대형마트·온라인쇼핑몰·명품전문매장·유흥업소·차량구입비 등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부는 소비가 유독 위축된 부문의 회복을 위한 정책 목적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백화점·명품 등 소비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계속 잘 됐다”며 “대면서비스 등 코로나19로 인해 소비가 꺼진 부분을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골목상권 부문을 집중 타깃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도 “전체 소비 증진 측면보다도 특정 업종에 대한 소비 진작 차원에서 써봄직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용처·품목에 제한을 둘 경우 소비 진작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 진작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특정 분기에만 혜택 적용이 되니까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 업종 회복을 위한 것이라면 오히려 직접 지원을 늘리는 게 더 나았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내수진작을 위한 것이었다면 품목·사용처와 관계없이 고소득층이 무조건 소비를 많이 하도록 유도했어야 했다”며 ‘애매모호한’ 정책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또 “코로나19 상황에서는 기본적으로 ‘계획 소비’를 하는데, 캐시백을 해준다고 해서 일부러 소비를 많이 하려고 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골목상권에 대한 소비를 늘리는 ‘유인’이 될 것인지도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이밖에 정부는 6대 소비쿠폰·바우처를 추가 발행하고, 백신접종 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사용을 재개하기로 했다. 접종률이 50%가 되면 외식·체육·영화·전시·공연 쿠폰을 재개하고, 70%가 되면 숙박·관광 쿠폰과 철도·버스 쿠폰을 개시하는 식이다. 정부는 접종률 50%는 8월 중, 70%는 9월 말쯤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지역사랑상품권·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도 확대한다. 다만 최근 ‘델타 변이’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는 점은 변수다. 정부도 향후 방역 상황·코로나19 전개 상황에 맞춰 정책을 펴나갈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청년층, 패키지로 돕는다
정부는 청년층에 대한 체계적 지원을 위한 패키지 정책을 마련했다. 우선 청년 소득 수준을 3구간으로 나누어 자산 형성을 지원한다. 소득이 가장 적은 소득구간의 경우 청년이 저축한 금액에 정부가 일정 비율을 매칭해 지원한다.
소득구간Ⅱ에 속한 청년은 조금 더 높은 금리로 자산을 불릴 수 있도록 시중 이자에 추가 이자를 지원한다. 가장 소득 수준이 높은 소득구간Ⅲ에는 추가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상품을 도입한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청년의 목돈 마련을 돕는 청년내일채움공제도 올해 지원 인원을 2만명 늘린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 근로자가 2년간 300만원(매달 12만5000원)을 적립하면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추가금을 적립해 만기 시 12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군 장병 대상 저축 상품인 장병내일준비적금의 경우 기본 금리를 5% 수준으로 높이는 한편, 월 40만원 납입 한도 내에서 이자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도입한다.
또 대학가와 역세권 등을 중심으로 청년 전세임대주택 5000호를 추가 공급하고, 월세를 사는 무주택 청년에게 월 20만원의 무이자 대출을 지원하는 등 청년 주거 사다리 복원에도 나선다.

청년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고용지원대책도 마련했다. 미취업 청년에게 6개월간 월 50만원씩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의 경우 지금까지는 최근 2년 이내 취업 경험이 있는 경우에만 지원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취업 경험 요건을 폐지하고, 재산 요건도 종전 3억원 이하에서 4억원 이하로 완화한다.
올해 말까지 만 15∼34세 청년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하는 기업에는 청년 1인당 월 75만원씩 1년간 최대 900만원의 청년 채용 특별장려금을 지급한다.
창업 전선에 뛰어든 청년에게는 창업준비금 300만원과 최대 2천만원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는 맞춤형 창업 도전 프로그램을 신설한다.

반도체 이을 국가기술로 배터리와 백신 선정
정부가 ‘완전한 경제 회복’이란 목표 달성을 위해 기업 기(氣) 살리기에 나선다. 공공·민간 투자를 합해 하반기에만 58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여기에 주력 산업 지원, 수출 측면 지원을 병행해 코로나19 이전 수준 이상의 경제 상황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업이 살아야 경제도 살아난다는 보편적 인식이 정책에 투영됐다.

마중물로는 정부 주도 투자를 내세웠다. 정부는 28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하반기 투자 목표치를 제시했다. 공공부문 투자(31조원)와 함께 기업(19조2000억원), 민자사업(8조3000억원) 투자를 진행한다는 복안이다. 기업 차원에서는 9조2000억원,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같은 민자사업에서는 6조4000억원의 신규 투자를 추가했다. 경제성장률 제고 효과가 큰 설비·건설 투자를 늘리겠다는 취지다.

산업 정책 지원도 다변화한다. 반도체에 한미 정상회담에서 협력하기로 한 이차전지·백신을 더해 3대 분야를 ‘국가전략기술’로 삼고 세제·금융 지원을 펼친다. 연구개발(R&D) 투자에 최대 50%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모두 2조원 규모의 설비투자 특별자금을 지원하는 식이다. 과감한 투자로 해당 분야 ‘초격차’를 유지하는 게 목표다.

경제 회복의 주역인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적극 추진을 내세웠다. “CPTPP 가입 적극 검토”를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에서 진일보한 조치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민간에서 더욱 성과 낼 수 있도록 기업들의 기를 살리고 뒷받침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이성규 신준섭 이종선 신재희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