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승부조작 혐의가 드러나 프로농구계에서 영구제명된 강동희(54) 전 감독의 징계 재심의 요청이 기각됐다. 이에 따라 강 전 감독은 국내 농구계에 설 자리를 앞으로도 찾을 수 없을 전망이다.
한국농구연맹(KBL)은 15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재정위원회를 열어 강 전 감독의 제명 건을 재심의한 결과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2013년 9월 그에게 내렸던 영구제명 조치를 낮추거나 철회할 것인지에 대한 심의였다. 이날 강 전 감독은 재정위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번 심의는 전·현직 농구인과 원로 등이 강 전 감독 징계 재심의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열렸다. 그러나 연맹 관계자는 “재정위에서는 앞으로도 추가 재심의할 여지가 없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연맹 징계는 남자프로농구에 국한되지만 다른 단체의 감독직 자격 요건을 고려하면 사실상 농구계 복귀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강 전 감독은 원주 동부 지휘를 맡던 2011년 남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승부를 조작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2013년 8월 법정으로부터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브로커로부터 4700만원을 받고 주전 대신 후보 선수들을 출전시킨 혐의다. 연맹은 법원 판결 뒤 그를 영구제명 조치했다.
강 전 감독이 농구계에서 쌓아 올린 위상만큼이나 사건의 충격은 컸다. 강 전 감독은 포인트가드로 뛰던 선수 시절부터 허재 등과 함께 한국 농구 황금세대로서 대활약해 ‘코트 위의 마법사’로 불렸다. 1997년 국제농구연맹(FIBA) 리야드 아시아선수권대회(현 FIBA 아시아컵)에서는 중국을 제치고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선수 은퇴 뒤 감독으로서도 정규리그 우승과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이뤘다. 승부조작 사실이 드러나기 전인 2012년에는 KBL 감독상을 받았다.
그는 징계 뒤 기부·봉사 활동과 유소년 장학 사업을 하는 동시에 부정방지 강사로 활동하며 반성 의사를 피력해왔다. 최근까지도 공중파 방송과 언론 매체 인터뷰에 등장해 여론에 용서를 구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사실상 감독으로서의 복귀는 어려워진 셈이 됐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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