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공동 성명에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 공동 선언을 존중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담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상회담 의제를 논의해 온 실무 협상팀 차원에서 합의는 끝났으며 한미 정상이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밝힐 문구를 다듬는 단계만 남겨두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에 한국이 많이 기여하지 않았나”라며 “싱가포르 선언과 그 이전 남북 정상 간 합의에 기초해서 대북정책에 접근해 나갈 것이라는 내용이 한미 정상 간 공동성명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판문점 선언은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첫 남북 정상회담에서 발표한 합의문이다. 핵 없는 한반도 실현, 연내 종전 선언, 적대행위 전면 중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정책을 검토한 끝에 2018년 6월 북미 정상 간 싱가포르 합의의 토대 위에서 외교를 통해 유연하고 실용적인 접근으로 대북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기조를 정한 상태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회담의 주요 의제로는 미국의 새 대북정책을 기반으로 한 공조 강화 방안이 꼽혀왔다. 이 가운데 북미 정상 간 합의 사항인 싱가포르 합의뿐 아니라 남북 간 합의인 판문점 선언까지 존중한다는 내용을 공동 성명에 명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한층 유연한 대북정책에 나설 수 있고, 한국 정부 입장에서도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데 힘이 실리게 됐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싱가포르 합의는 북미 간 새로운 관계 수립, 한반도의 지속적·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한국전 참전 유해 송환 등 4개 항을 담고 있다. 판문점 선언은 이보다 더 폭넓은 내용을 다룬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지난 19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언론에 한 전화 브리핑에서 새로운 대북 정책과 관련해 유연해지도록 노력했다며 ‘최대 유연성(Maximum Flexibility)’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려운 정치적 결정을 바이든 행정부가 해준 것”이라며 “(전임 정부에서 이뤄진) 싱가포르 합의를 (인정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그것의 토대 위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을 하겠다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용기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탄도미사일의 사거리 제한의 근거가 됐던 한미 미사일지침(Missile Guideline)의 완전 해제도 의제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자주국방을 표방한 문 대통령의 숙원 사업으로, 지난해 4차 개정에 이어 완전 해제 가능성이 논의될 예정이다. 또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전(SMR) 산업의 전략적 육성을 위해 한미 간 협력을 통한 제3국 시장 공동진출을 모색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주 기자, 워싱턴=공동취재단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