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야권 잠룡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 외교·안보, 경제분야에 이어 대선 행보를 위한 ‘내공쌓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7일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방문해 정덕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석좌교수와 연구소장인 이종호 교수 안내로 3시간가량 시설을 둘러봤다. 윤 전 총장이 지난 3월 검찰총장직 사퇴 후 국내 주요 산업분야와 소통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전 총장은 연구소 견학 동안 반도체분야 권위자인 두 교수에게 수십여 가지의 질문을 쏟아냈다. 그는 반도체 인력 양성에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19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많은 공부를 하고 오신 것 같았다”며 “창조적인 질문을 많이 던지셔서 놀랐다”고 말했다. 호기심 가득한 학생 같았다는 게 연구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윤 전 총장은 연구소 안에 있는 반도체 생산 시설인 팹(Fab) 투어를 요청, 방진복을 착용하고 30분 넘게 장비를 살펴보기도 했다. 이 교수는 “연구소 견학을 오신 분이 방진복을 직접 착용하고 장비를 둘러보는 건 그리 흔치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이 열성적으로 시설을 둘러봤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교수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연구실에 있던 반도체 웨이퍼를 지칭하며 “이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반도체 회의에서 들어 보인 것이냐”라고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사퇴 후 칩거를 이어가고 있지만, 다양한 전문가들과 교류하며 물밑에서 ‘대선 수업’을 받고 있다. 앞서 정승국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등을 차례로 만나거나 교류하면서 노동, 외교·안보, 경제분야에 대해 공부를 한 바 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