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민父, 집회 이후 “누군가 부당 압력 행사한다면”

입력 2021-05-17 05:13 수정 2021-05-17 09:56
'한강 사망 대학생' 신속한 수사 촉구하는 시민들. 연합뉴스

한강에서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씨의 아버지 손현씨가 사건 수사와 관련해 ‘부당한 압력’이 존재할지 모른다는 주장을 재차 제기했다.

손씨는 17일 블로그에 “오늘 집회가 있었다고 들었다”면서 “어릴 때부터 배운 사회 교과서에 우리나라는 집회, 시위, 결사의 자유가 있다고 들었다. 저와 정민이의 의사와 관계없이 누구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사람들이 모이다 보면 그걸 이용하려는 분들도 있고 각자의 생각이 틀리다 보니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그걸 해결해 나가는 게 우리 사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유튜버분이 있고 후원 관련 문제가 있다고도 들었다”며 “우리는 그 어떤 후원도 원치 않고 앞으로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각자 판단하실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손씨는 “저는 많은 분의 관심 하나면 충분하다. 많은 분이 힘센 변호사를 동원해서 압박해야 한다고 하신다. 경찰이 내사 중인 사건이고 기소가 가능하다면 검찰로 넘어가는 것으로 안다. 민사도 아닌데 왜 그 과정에서 힘센 변호사가 필요할까”라며 “제 판단이 틀릴지도 모르지만 전 2021년의 우리나라를 믿고 싶다. 누구나 공정하게 국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믿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많은 분이 우려하시는 대로 누군가 압력을 부당하게 행사하고 있다면 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천년만년 살 것 같으냐고. 그렇게 지키려는 것들도 언젠간 다 부질없다고. (그들이) 저보다 나이도 많을 것 같은데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정민씨 친구 A씨를 둘러싸고 일부에서 제기된 각종 추측성 의혹에 힘을 싣는 발언으로 읽힌다. 경찰은 이날 “A씨의 친인척이 경찰 고위 간부라는 등의 소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강 사망 대학생' 신속한 수사 촉구하는 시민들. 연합뉴스

정민씨를 추모하는 시민들은 이날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정민이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라’ ‘신속·공정·정확 수사 촉구’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곳곳에서 “A씨를 수사하라” “증거를 조작하지 마라” “CCTV 공개하라” 등의 구호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들은 정민씨 사건을 사실상 살인사건으로 보고 친구 A씨를 범인으로 지목, 수사기관이 신속히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 80여명은 서초경찰서 맞은편 인도에서 “서장 나와라” 등 구호를 외치며 대치하다가 집회 3시간 만인 오후 5시쯤 1차 해산요청 방송이 나온 후 자진 해산했다. 경찰과 서초구는 채증자료 등을 바탕으로 이들의 집시법·감염병예방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