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두툼한 중산층 구축’을 우선순위에 두고 어젠다 행보를 이어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윤 전 총장은 최근 거시경제 전문가를 만나 자영업 위기 실태와 해결 방안에 대해 장시간 토론을 벌였으며, 지난달에는 노동문제 전문가를 만나 고용시장 이슈를 두고 논의하기도 했다. 이런 행보는 결국 중산층 보호·강화 문제로 연결된다는 게 윤 전 총장 지인들의 설명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 8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을 만나 3시간 30분가량 얘기를 나눴다. 권 원장은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를 지냈으며, 지난해 ‘자영업이 살아야 한국 경제가 산다’는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주요 수단으로 하는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권 원장은 10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평소 자영업 부분에 관심이 많고 제가 쓴 책에 공감하는 부분도 많아 함께 토론해보고 싶다며 직접 연락을 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자영업 관련 종사자 규모가 1000만명인데도 그동안 ‘정치적 대변세력’이 없다 보니 후순위 취급을 받았다. 자영업 위기 해결이 시급한 정책 과제라 생각한다”는 언급을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한국사회 특유의 경직된 노동시장, 이중적 노동구조 등으로 인해 비자발적 실업 인구가 자영업으로 계속 유입된 탓에 자영업자 비중이 유달리 높다는 진단에 공감했다. 자영업자들 간에 경쟁이 심화되다 보니 자영업자 모두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영업의 위기는 결국 소득양극화의 진원지가 된다고 권 원장은 설명했다.
또 두 사람은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 급상승,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및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영업제한 조치 등으로 자영업자들이 빈사 상태에 놓이게 됐다고 봤다. 윤 전 총장은 “이 정부 정책실패의 최대 피해자 중 하나가 자영업자”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은 이와 함께 정치권이 조직화된 세력이나 지원 정당을 갖춘 정규직 노조 등을 전략적으로 중시해 온 데 비해 개별 자영업자들은 제대로 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배제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고 한다. 코로나 재난지원금 역시 자영업의 희생을 보전하기에 크게 미흡한 실정이라는데 두 사람은 동의했다.
윤 전 총장은 거시적 해법으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경직성 완화를 통해 임금 근로자들의 어쩔 수 없는 자영업 유입을 줄이고, 현실적으로는 코로나 관련 자영업 손실보장 확대, 주 52시간 근로제 및 최저임금 적용 유연화 등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원장은 “자영업 문제는 자영업자 자체뿐 아니라 노동시장 문제, 기업 정책 등과 다 연결돼 있다”며 “그런 환경적 요소가 중요한 건데 윤 전 총장이 많이 공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지난달 11일 한국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연구해 온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를 접촉한 데 이어 자영업 분야 연구자인 권 원장을 만난 것은 ‘먹고 사는 문제’를 중심으로 의제를 설정하고, 또 해법을 찾고 있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향후 정치적·정책적 타깃을 중산층에 맞추고 있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한 지인은 “두툼한 중산층 구축이 국가 정책의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는 게 윤 전 총장 지론”이라고 전했다.
지호일 백상진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