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진 “대선승리 조연되겠다…네거티브 방어는 내 전문”

입력 2021-04-29 09:42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출마 선언 첫 테이프를 끊은 조해진 의원은 “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거나 주인공이 될 생각으로 나선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횟감을 돋보이게 하는 무채’로서 정권교체에 이바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내년 대선 필승을 위해 야권 단일대오를 이루고, 여당의 네거티브 공세에 맞서 후보를 방어하는 일에 보수정당 현장에서 청춘을 보낸 자신만 한 적임자가 없다고 했다. 대통합 측면에서 국민의당과의 통합 문제도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전 마무리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도 밝혔다. 국민일보는 29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조 의원과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통합 고차방정식 풀 역량 있다”

-당대표 경선 1호 출마 선언을 했다. 당권에 도전하는 이유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국가 존망의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위해 내년 반드시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중도와 개혁진보까지 다 동참하는 범야권 대통합, 그리고 후보 단일화가 필수다. 이것을 현실적으로 주도할 세력은 국민의힘이지만, 현재 모습으로는 많이 모자란다. 혁신하고 개혁돼야 한다. 정권을 되찾더라도 이후 5년간 어떻게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고, 선진국으로 가는 비전을 설계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그것을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지금 관전자나 조력자로 있을 상황이 아니라고 봤다.”

-조 의원만의 차별성이 있나.
“저는 의원으로 3선, 비서·보좌관으로 15년 일하는 등 보수정당에서 30년 가까이 있으면서 보수의 문제점을 현장에서 피부로 절실하게 경험했다. 한계에 부딪혀 실패와 좌절도 맛봤다. 보수정당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실질적으로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지도 저만큼 아는 사람은 없다고 확신한다.”

“야권 대통합을 진행하려면 정치의 맥을 잘 알아야 한다. 그간 다른 길을 걸어온 사람들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으려면 갈등을 관리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통합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여러 후보를 공정하게 경쟁시켜서 분열 없이 단일화를 도출하는 고차방정식을 풀 역량도 있어야 한다. 저는 할 수 있다. 제가 주인공이 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생각은 없다. 묵묵히 제 역할을 하겠다. 자기 욕심을 계산기에 넣어 두드리는 사람은 하지 못할 일이다.”

-구체적 대선 전략이 있다면.
“정당 생활을 하면서 통합과 분열의 과정을 쭉 경험했다. 그동안 4번의 대선을 치렀다. 두 번 이기고, 두 번 졌다. 이긴 이유를 알고, 진 이유도 안다. 특히 내년 대선에서 여당은 틀림없이 우리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핵심 전략으로 밀고 나올 텐데, 네거티브 방어는 제가 전문가다. 민주당의 생리와 전략 전술, 그것을 무너뜨릴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안다.”


“호남·서민·2030으로 외연 넓혀야”
-출마 선언문에서 ‘천하의 인재를 모으겠다’고 했다.
“4·7 재보궐 선거는 정권심판 기류가 강했다면, 대선은 이를 넘어 향후 5년을 어느 당에 맡길 것인가를 선택하는 장이다. 국민을 힘들게 하는 경제, 부동산, 일자리, 방역, 남북관계 등에 대해 어느 당이 해법을 갖고 있는지를, 얼마나 실력자들을 확보했는지를 볼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어마어마한 애국적 전문가들이 있는데, 그동안 우리 당은 이들의 전문성, 비전, 해법을 당 정책으로 녹여내지 못했다. 저는 원외에 있을 때도 신문, TV 등을 보다가 그 분야 전문가가 보이면 메모를 해 개인적 인재 리스트를 만들기도 했다. 이런 인재들을 국민의힘이 대거 흡수해야 한다.”

-당대표 유력주자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만약 전당대회가 늘 보던 얼굴들, 익히 알던 메시지가 반복되는 자리가 되면 저 같은 사람은 밀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건 민심이 아니다. 민심은 당의 혁신과 변화를 요구한다. ‘새로운 얼굴, 새로운 비전’을 바라는 민심에 부합하는 전당대회가 된다면 (저도) 성과를 낼 것으로 믿는다. 아직 시작 단계다. 제가 바람을 일으키겠다.”

-국민의힘의 전국정당화를 강조하셨는데.
“제가 당대표가 되면 지역적으로는 호남, 계층적으로는 서민·빈민, 연령으로는 20~30대로 외연을 확장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우리 당 취약 지점이다. 구조적으로는 이쪽에서 당원 배가 운동을 하고, 우리 당의 각종 선출직 공천이나 내부 인사 때 호남·여성·빈민 등이 인구 비중에 맞게 대우받는 할당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전당대회 전 국민의당 통합 마무리되길”
-당내에서 ‘영남 탈피론’도 나온다.
“영남은 우리 당의 주축이다. 영남을 기반으로 수도권·충청·호남을 아우르는 전국정당으로 가는 게 답이다. 기본적으로 네거티브 대신 포지티브를 했으면 좋겠다. 누구를 배제하고, 어느 지역을 지우고, 어떤 정책을 비토하는 것은 자신 없는 사람들의 접근 방식이다. ‘저건 불량품이야, 상했어’라고 하기 전에 각자 좋은 상품을 내놓으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겠나.”

-야권 대통합 방식에 대해 구상하는 것이 있나.
“우선 국민의당과 이른 시일 내 통합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할 수 있다면 우리 전당대회 전에 통합하면 좋겠다. 국민의당 출신도 당대표, 최고위원에 나와서 경선을 통해 자연스럽게 지도부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안철수 대표도 대선후보 경선 출마 가능성을 유연하게 고민했으면 좋겠다. 이런 과정을 통해 노선의 외연을 넓혀야 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다른 정치세력을 만들어) 최종적으로 우리 당 후보와 단일화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국민의힘이 변신하고 외연을 넓혀 우리 당 안으로 들어오도록 해 내부에서 경쟁하는 쪽이 좋지 않겠나.”

-‘친이계’로 분류되기도 한다. 대선후보 경선 관리 공정성에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는데.
“(웃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비서로 있었으니, 직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친이계 중에서 내년 대선 나오시겠다는 분 없지 않나. 유승민 전 의원이 (옛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있을 때 제가 수석부석대표를 해서 누구는 저를 유승민계라 부른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 ‘절친’이고, 홍준표 의원은 고향 선배이자 제가 초선일 때 후원회장을 맡아주셨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대학교 과 선배다. 후보군과 두루 친분이 있는데, 공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겠나.


“역대 대통령 불행의 고리 끊어야”
-당내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론이 나온다.
“김동길 교수 말마따나 ‘나라가 이게 뭡니까.’ 건국 이후 지금까지 어느 대통령도 퇴임 후 불행한 일을 피하지 못했다. 이 불행의 고리를 끊어야 하지 않나. 현직 대통령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일정 부분 풀고 가는 것이 고리를 끊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선거가 다가오면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으니, 그 안에 결론을 내리는 게 좋다. 다만 사면은 대통령의 영역이니, 더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초선의원들도 당대표 도전에 나서고 있는데.
“초선이라 해도 비전과 복안, 실행 능력을 갖춘 분이라면, 또 그것을 바탕으로 야권 대통합, 후보 단일화라는 고차방정식을 풀 수 있는 전략·전술과 추진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못할 이유가 없다. 전당대회에서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

지호일 강보현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