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의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미국 최고 권위의 영화상,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들려올지 주목된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유서 깊은 기차역인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다. 올해 시상식에는 한인 가족의 미국 정착기를 다룬 영화 ‘미나리’가 여우조연상을 포함한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기대를 모은다.
현지 매체들은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이 유력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어 윤여정이 한국 영화사에 새 역사를 쓸지 주목된다. 윤여정이 트로피를 품에 안게 된다면 오스카 연기상을 받은 최초의 한국 배우가 된다. 아시아 배우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는 건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64년 만에 역대 두 번째다.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한국명 정이삭) 감독이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고 연출한 영화 ‘미나리’는 1980년 남부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았다. 윤여정은 극 중 딸 모니카(한예리)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미나리’는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 공개 이후 각종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100여개가 넘는 상을 휩쓸었고, 이 중 30여개를 윤여정이 받으면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의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윤여정은 최근 현지 인터뷰에서 “(주변 기대에) 스트레스가 매우 크다. 올림픽에 출전해 나라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을 대표해서 경쟁하는 것 같아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수상 여부를 떠나 윤여정은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는 대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아카데미 4관왕을 휩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이어 한국 영화계의 위상을 드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카데미는 올해 시상식 홍보 영상에 윤여정을 등장시켰고, 이날 공식 트위터에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 올린 봉 감독의 사진을 게재하면서 올해는 “누가 오스카상을 가져갈까요. 오늘 밤 채널 고정”이라고 홍보했다.
‘미나리’는 여우조연상 외에도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음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최고 영예인 작품상과 감독상은 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이후 압도적 수상 기록을 이어 온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가 유력한 것으로 거론된다. 작품상은 ‘노매드랜드’와 ‘미나리’ 외에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 ‘프라미싱 영 우먼’ ‘더 파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맹크’ ‘사운드 오브 메탈’ 등 8개 작품이 경합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