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 선거가 끝난 뒤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요구 목소리가 부쩍 높아지고 있다. 현 당 지도부부터 차기 원내대표 경선 출마자, 대선후보들까지 일제히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필요성을 거론하고 나섰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까지 나오자,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이 서둘러 “당 전체 의견이 아니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사면론 재점화는 각종 당내 경선을 앞둔 상황에서 보수성향 당원·지지자들을 의식한 기류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자칫 ‘여론의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주 권한대행은 21일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과 관련해 “연초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한다고 했고, 많은 국민들이 전직 대통령들의 오랜 영어 생활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면권자인 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문제”라고 했다.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 4명도 모두 “이른 시일 내 사면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권성동 의원은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탄핵과 형사처벌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며 “전직 대통령이 4년 이상 이렇게 수형생활을 한다는 건 대한민국 국격과도 관련 있는 문제”라고 언급했다.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도 지난 8일 김무성 전 의원이 이끄는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에 참석해 “사면 논쟁은 문 대통령이 임기 끝나기 전 가급적 빨리 극렬지지자 눈치 보지 말고 해결하시는 게 국격을 생각해서나 국민 통합을 위해서나 맞다”고 말했다.
복당을 타진하고 있는 홍준표 의원은 지난 17일 문 대통령을 향해 “더 이상 감정으로 몽니 부리지 마시고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하시라. 그게 훗날을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요구하는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이에 더해 부산시장을 지낸 서병수 의원은 지난 20일 대정부질문에서 “과연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할 만큼 위법한 일을 저질렀는지, 이렇게까지 괴롭히고 방치해도 되는 건지 보통의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지금이라도 석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서 의원 발언은 사면 요구를 넘어 ‘박 전 대통령 탄핵 자체가 부당했다’는 뜻이라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에 주 권한대행은 이날 “의원 개개인의 의견은 다를 수 있다. 당 전체의 의견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비대위 회의에서 김재섭 비대위원은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당이 회초리를 세게 맞는 것을 보고서도 떠오르는 게 없는지 우리 당 의원들께 진지하게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국민의힘이 고개를 숙여 국민께 사과를 구한 지 이제 고작 5개월 지나 이러니 젊은 세대가 우리 당을 두고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수진 의원도 서 의원 발언을 두고 “‘대통령 탄핵’도 역사”라며 “선택적으로 수용해선 안 되고, 일부를 부정해서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사에 사과하고도 당 구성원 몇 분이 부정하는 언행을 해 사과가 무용지물이 돼 버린 전례가 있다”며 “지난 일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는 것 역시 어리석은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전남지역 당협위원장 전원은 “다시 한번 전남도민과 국민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오와 탄핵에 대해 간절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는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중앙당을 향해서도 “사면은 대통령이 결단할 문제인 만큼 전직 대통령들의 사면 문제보다는 국민 민생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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