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6일 서울시는 폭풍전야와 같은 분위기다. 겉으론 차분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수장을 맞을 준비에 분주하다. 우선 신청사 6층에 있는 서울시장실과 비서실이 그동안의 봉쇄를 해제하고 새로 단장했다. 또 행정국과 대변인실을 중심으로 새로 취임할 신임 시장의 첫 날 일정을 짜고 있다.
서울시 각 부서들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주요 공약들을 검토하면서 실행가능성과 이행 방법을 분석하고 있다.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정책 변화와 조직개편의 폭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누가 당선되더라도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 등 부동산 정책은 활발하게 전개될 공산이 크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박영선 후보가 당선될 경우다. 박 후보가 취임하면 박원순 전 시장의 주요 정책들을 큰 틀에서 계승하고 미흡했던 부분을 수정, 보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후보의 대표적인 공약인 ‘도시공간 대전환: 21분 생활권 도시’ 이행을 위한 연구용역과 구체적인 실행방안 검토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박 후보는 21분 생활권도시 이행방법으로 다핵 분산도시 공간 재편으로 강남·북 균형발전 추진, 21개 혁신성장 클러스터 구축과 문화콘텐츠 5대 권역 클러스터 조성, 서울·경기도 12개 접경지역을 ‘서울 관문도시’ 상생성장거점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박 후보의 ‘경제 대전환: 세계 디지털 경제수도 서울’ 공약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 일환으로 시민 1인당 10만원의 ‘보편적 재난위로금’을 블록체인 기반의 KS서울디지털화폐로 지급하는 방안이 우선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평당 천만원 반값아파트 고품질 공공주택 30만호 공급을 위한 이행방안 검토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박 후보는 재건축·재개발 용적률 상향 이익을 공공과 민간이 공유하는 사업모델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오 후보가 선출될 경우다. 오 후보가 취임하면 지난 10년간 박 전 시장 시절 추진됐던 서울시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 정상화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오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제1호 공약이 ‘스피드 주택공급’이다. 오 후보는 그 이행방법으로 1년내 서울시 도시계획규제 혁파, 재개발·재건축 정상화, 장기전세주택 시즌Ⅱ, 도심형 타운하우스 모아주택 도입 등을 제시했다. 특히 오 후보는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서울시 위원회 및 조직 개편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중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사업 공사가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오 후보는 지난달 31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광화문 광장을 중앙에서 편측으로 옮기는 것은 한 건축가의 노욕 때문일 것”이라며 “처음 광화문 광장을 만들 때 중앙안과 편측안 놓고 격론이 있었고 여러 의견 수렴을 거쳐 중앙안이 압도적인 다수로 지지를 받고 통과돼 지금의 형태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시장 재직시 조성한 광화문 광장이 변경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것이다.
세번째 시나리오는 오 후보가 당선된 뒤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서울시의회와 극한 대립을 하는 상황이다. 현재 109명 서울시의원 중 101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서울시의회는 오는 19일 본회의를 열어 오 후보의 내곡동 처가 땅 의혹과 관련한 행정사무감사의 건을 의결한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행정사무감사는 통상 6개월 동안 진행되는데 필요하면 연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과 김기덕·김광수 부의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3선 의원 12명은 지난달 25일 공식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오 후보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오 후보는 아이들 밥상을 빼앗는 냉정하고 무책임한 시장, 독선과 불통의 아이콘, 서울시의 재정 파탄자였다”며 “서울시정을 10년 전으로 되돌리는 과오가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 후보가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타협과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서울시의회와 전략적 동거가 가능할 수도 있다.
네번째 시나리오는 서울시와 자치구의 불편한 관계다. 현재 서초구를 제외한 24개 자치구의 구청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과 이동진 서울시구청장협의회장은 지난달 22일 5000억원 규모의 ‘위기극복 재난지원금’ 지급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가 3000억원, 자치구가 2000억원을 각각 부담해 이르면 이달 중 코로나19 피해 업종과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지원금을 직접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만약 오 후보가 당선돼 서울시가 자치구와 합의한 이 계획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지원금 지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