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학살’ ‘반인륜 범죄’… 美, 5만개 단어로 中인권 비판

입력 2021-03-31 17:24 수정 2021-03-31 18:57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에서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 발표에 맞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국무부는 30일(현지시간) 발표한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신장에 있는 위구르족과 다른 소수 민족에 ‘대량 학살’과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명시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발표한 보고서는 인권 추세가 계속해서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가장 먼저 중국 신장에서의 대량 학살을 언급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러시아와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난 야당 정치인 및 독립 언론인 탄압, 벨라루스의 시위자 임의 체포와 구타, 시리아의 처형과 고문,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벌어진 민간인 학살을 거론하며 “미국은 혐오스러운 행동을 한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동맹국 및 파트너와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미얀마 사태는 올해 벌어진 일이어서 이번 보고서에는 담기지 않았다.

보고서는 중국편에서 “무슬림 위구르족과 신장의 다른 소수민족, 종교집단에 대한 집단학살과 반인륜적 범죄가 일어났다”고 적었다. 이어 “100만명 넘는 민간인에 대한 임의적 수감, 신체적 자유 박탈, 강제 낙태, 강간, 고문, 강제 노동 등이 포함된다”며 이러한 행위가 중국 정부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보고서는 중국의 인권 평가에 5만 단어를 할애했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미국이 현재 신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대량 학살로 본다면 지금까지 취한 제재 조치는 수위가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리사 피터슨 미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차관보 대행은 미국, 영국, 캐나다, 유럽연합(EU)이 최근 신장 인권에 책임 있는 인사를 동시에 제재한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단합된 대응은 인권을 침해하고 남용하는 사람들에게 그러한 행위가 용인되지 않을 거라는 강한 신호를 보낸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중국 공산당이 홍콩의 정치적 자유와 자치권을 체계적으로 해체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러한 조치는 국제협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홍콩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홍콩은 전면적인 힘을 가진 국가보안기구를 설립했다”며 “폭넓게 정의된 보안법은 임의적인 체포와 정부 비판에 대한 제한, 자기 검열을 강화했을 뿐 아니라 학교 교육 과정까지 변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지난 1년간 중국 전역에서 감시와 온라인 검열이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그 예로 코로나19가 중국에서 급격히 확산하던 지난해 1~3월 약 500명이 코로나19에 관한 공개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는 대외원조법과 무역법에 따라 지원하는 국가와 유엔 회원국을 대상으로 매년 인권 보고서를 작성해 미 의회에 제출한다. 인권보고서는 정부 및 의회, 언론, 국제기구, 비정부기구(NGO), 인권 침해를 당한 피해자 등의 정보 제공으로 작성된다. 미국 내 인권 상황은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는다.

블링컨 장관은 “매년 그렇듯 우리는 스스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를 비판할 권리가 없다는 말을 듣게 될 것”이라며 “그것은 인종 차별을 포함한 불평등을 해소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을 은폐하거나 무시하지 않는다”며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와 독재 국가를 구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1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은 인종 차별과 경찰 폭력이 곳곳에서 발생하며 총기사건은 사상 최대를 기록한 나라”라며 “미국은 ‘트루먼 쇼’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신장에 제노사이드가 존재한다는 주장은 중국 국민에 대한 모욕이자 국제관계의 기본 규칙을 유린한 것”이라며 “국제관계에서 어느 나라도 이 죄명을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