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다보스포럼이 매년 집계하는 남녀평등 국가 순위에서 한국이 102위를 기록했다. 작년보다는 6단계 상승했지만 르완다(6위), 서아프리카(18위), 탄자니아(82위)보다도 낮은 성적표를 받았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은 31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글로벌 성 격차 보고서 2021’(Global Gender Gap Report 2021)을 발표했다.
국가별 집계에서 남녀평등이 가장 잘 이뤄지고 있는 나라는 아이슬란드로, 12차례 연속 성평등 우수국 1위 자리를 지켜냈다.
주요국들 중에는 독일이 11위, 프랑스가 16위, 미국이 30위, 중국이 107위, 일본이 120위를 차지했다. 꼴찌는 아프가니스탄으로 조사 대상국 156개 중 가장 성 평등 지수가 낮았다.
한국은 이번 조사에서 102위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제적 참여와 기회 부문은 123위로 하위권이었다. 교육은 104위, 건강·생존이 54위, 정치적 기회는 68위였다.
한국이 기록한 102위는 지난해(108위)에 비해 6단계 상승한 위치다. 다만 대체로 여성 인권이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나미비아와 서아프리카, 짐바브웨, 탄자니아 등보다는 훨씬 낮은 성적을 기록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남녀 간의 정치·경제·사회적 격차가 사라지려면 135.6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직전 조사의 99.5년보다 35년가량 늘어났다.
세계 지역별로는 남아시아에서 성 격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평등 달성까지 걸리는 시간은 남아시아(195.4년), 동아시아(165.1년), 중동·북아프리카(142.4년) 순이었다. 남미·카리브해(68.9년), 북미(61.5년), 서유럽(52.1년) 등이 뒤를 이었다.
이같은 성별 격차 확대의 원인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지목됐다. 팬데믹발 불경기가 불러온 경제·사회적 충격파가 경제적 약자인 여성에게 더 가혹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또 봉쇄령과 통행금지 등 방역 조치에 따라 여성이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크게 늘며 가사와 육아 부담도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타임’지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사라진 일자리는 상당 부분은 여성의 것이었다”면서 “팬데믹과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겹쳐 불평등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다보스포럼의 사디아 자히디 이사는 “우리가 미래의 역동적인 경제를 원한다면 여성의 고용이 반드시 늘어나야 한다”면서 “(팬데믹 이후의) 경제 회복 구상은 성평등을 확고히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전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