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고생했는데 LH가 보상 제외” 장항지구 농민들 호소

입력 2021-03-31 16:10
농민 이봉구씨가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일대가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되기 전인 2013년 국유지인 논에 약을 뿌리고 있다. 이봉구씨 제공

택지개발지구로 편입된 국유지에서 60여년간 농사를 지어 온 농민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개간비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개발로 인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장항택지개발지구 내 국유지에서 농사짓던 농민 51명은 지난 2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개간비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 배급농지로 지급됐던 해당 국유지를 수십년간 개간해왔고 정부와 대부계약을 맺고 경작해온 만큼 LH가 ‘개간 보상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해도 출신 피란민으로 이곳에 정착했던 부모를 이어 농사짓는 원주민 조성업(67)씨는 31일 “제1자유로, 제2자유로 개발로 국유지를 수용할 땐 개간했던 사람들에게 보상해줬는데, 장항지구는 1원도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고 한다”며 “갈대숲이었던 땅을 60년 넘게 개간해왔는데 이제 와서 국유지니 그냥 나가라고 하는 건 너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앞서 LH는 지난해 1월 개간비 보상 요구에 ‘1959년 농지분배명부’ 또는 ‘별도의 개간허가증’을 증빙자료로 요구하며 명단에 없는 이들은 보상할 수 없다고 통보한 바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1959년에 작성된 명단을 근거로 삼는 건 터무니없다”고 주장한다. 장항동이 고향인 이봉구(57)씨는 “당시 농지 분배 과정이 투명하지도 않았고 명단이 정확하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89년까지 행정 절차 없이 방치됐던 땅이라 친척이나 이웃에게 경작권이 넘어가는 등 명의가 바뀌기도 했다”고 말했다.

소송을 대리하는 이해진 변호사(법무법인 일산)는 “개간은 수십년간 수해와 범람을 이겨내기 위한 노력의 총체”라며 “특정 시점의 자료에 의거해 보상 불가 처분을 내리는 건 불합리하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LH가 요구하는 개간허가증이 적법개간 증명 수단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과거의 개간 개념을 현재 토지를 비옥하게 만드는 개간과 같은 개념으로 생각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LH는 절차에 따라 보상을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적법하게 개간하고 토지를 점유한 사람들만 보상 대상자가 될 수 있고 기록이 있는 2명은 보상을 받았다”며 “사업시행자 입장에서 적법 행위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인 농지분배명부 등을 고양시로부터 받았기 때문에 관련 증빙자료를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고양=글·사진 정우진 임송수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