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혈모세포 기증한 간호사 “한 생명 살리게 돼…감격”

입력 2021-03-31 10:12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수술실 유지연 간호사가 기증 당일 5시간에 걸친 조혈모세포 채취를 마친 모습. 사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제공, 뉴시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수술실에 근무하는 유지연 간호사가 최근 생면부지의 혈액암 환자를 위해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31일 병원 측에 따르면 유 간호사는 4년 전 헌혈을 하러 갔다가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 ‘비혈연간 조혈모세포 기증희망등록’을 신청했다.

조혈모세포는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등 모든 혈액세포를 만드는 어머니 세포로, 혈액암이나 백혈병과 같은 난치성 혈액질환을 치료하려면 조혈모세포를 이식해야 하는데 혈연관계가 아닌 타인 간에 일치자를 찾을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 따르면 환자와 기증자간 일치 확률은 부모의 경우 5%, 형제자매는 25%인 반면 타인의 경우 수천에서 수만분의 1 수준이다.

그런데 지난해 9월 유 간호사는 협회로부터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이식대기자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고, 이후 다시 한번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여 작년 12월 최종적으로 기증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적 같은 이식이 이뤄지게 됐지만, 유 간호사는 기증이 최종 완료되기까지는 주변에 이를 알리지 않은 채 조혈모세포 촉진제를 맞으며 수술실 근무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달 5시간에 걸친 조혈모세포 채취를 끝으로 유 간호사의 기증은 무사히 마무리됐다.

유 간호사는 “평소 의사가 아닌 제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일은 조혈모세포 기증뿐이라고 생각했고, 항상 저의 버킷리스트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와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이식대기자를 찾을 확률이 희박하다고 들었는데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어서 무척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올해 1월부터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에서 근무해 온 유 간호사는 3개월에 한 번씩 꾸준히 헌혈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