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코로나 긴급사태 전면 해제…성화 봉송 괜찮을까

입력 2021-03-22 14:37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수도권에 발령됐던 코로나19 긴급사태가 22일 0시부터 해제되면서 올해 1월 8일 이후 73일 간 유지됐던 긴급사태가 모두 풀리게 됐다. 25일 예정된 성화 봉송 행사를 의식한 결정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코로나19 확산과 방사능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일본 정부는 22일을 기점으로 도쿄도(東京都), 사이타마(埼玉)·가나가와(神奈川)·지바(千葉)현 등 수도권 4개 광역자치단체의 긴급사태를 해제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의 음식점 영업시간이 오후 8시에서 9시로 확대됐고, 스포츠 경기 등 대규모 행사의 인원 제한도 ‘수도권 기준 행사장 정원의 50% 혹은 5000명 중 적은 쪽’에서 ‘정원 50% 이내 1만명’으로 완화됐다.

긴급사태 해제에 대해 우려도 제기된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7000명대에 달한 지난 1월 8일부터 수도권에 긴급사태를 발령했고, 이후 오사카(大阪)부, 아이치(愛知)현, 후쿠오카(福岡)현 등 총 11개 광역자치단체로 확대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줄어들자 순차적으로 긴급사태를 푼 끝에 이날 수도권까지 완전 해제됐다.

하지만 최근 일본에선 다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어 재확산 우려가 크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21일 일본 전역에선 1119명이 확진됐다. 지난 15일 695명을 기록한 이후 16일부터 21일까지 6일 연속 1000명대를 기록한 것. 20~21일 아사히신문의 유·무선 전화 여론조사를 통해 응답한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응답자 1564명)도 정부의 긴급사태 해제에 대해 51%가 “너무 빨랐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굳이 긴급사태를 해제한 데엔 오는 25일 시작하는 도쿄올림픽 성화봉송 행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에 긴급사태가 발령된 상황에선 성화 봉송으로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없기에 해제를 결정했단 것이다.


다만 성화 봉송 행사 자체도 코로나19와 방사능 위험성 탓에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일본 정부는 성화 봉송시 관중들이 모이는 걸 허용했다. ‘밀집’을 불허하긴 했지만, ‘밀집’ 기준을 ‘어깨가 맞닿지 않는 정도’, ‘충분한 간격을 두지 않고 복수의 줄이 겹쳐 있지 않은 상태’ 등으로 모호하게 설정해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위험성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일간 겐다이는 21일 보도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 등은 성화 봉송이 전국을 돌기 시작하면 올림픽 개최 반대론도 약화될 걸로 보고 있겠지만, 성화 봉송 주자 중 코로나19 감염자나 밀접접촉자가 나와 릴레이가 끊긴다면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은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성화 봉송 시작을 알리는 무관중 행사가 열리는 후쿠시마(福島)현의 축구 훈련 시설인 ‘제이(J)빌리지’가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원전 폭발 사고의 피해를 입은 장소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J빌리지 일대는 2019년에도 방사선량이 높은 ‘핫스폿’으로 분류된 바 있어, 성화 봉송 첫 주자로 선정된 2011년 여자축구 독일월드컵 우승 팀 ‘나데시코 재팬’의 선수 4명이 개인에게 영광일 수 있는 봉송을 포기하기도 했다. 일간 겐다이는 “J빌리지는 원전 사고 직후 수습 작업을 위한 숙박제염시설이나 차량의 대기 장소로 활용됐다. 방호복을 입은 수습인원들로 붐볐고, 방사선량을 측정하는 기계가 울리고 있었던 곳이다. 방송에선 이런 사실도 언급할 것인가”라며 “(성화 봉송) 방송에서는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귀환 곤란 구역은 물론 방사능 제염용으로 쓰인 흙무더기가 쌓여있는 모습도 중계 화면에 나가지 않게 이동시켰다고 한다”며 비판했다.

일본에선 이미 유명 록밴드인 ‘TOKIO’ 등 여러 인사들이 성화 봉송을 포기했다. TOKIO는 1995년부터 ‘DASH VILLAGE’라는 새로운 마을을 직접 일구는 ‘더! 철완! DASH!’ 콘텐츠를 선보였고, 이 콘텐츠가 국민예능이 됐을 정도로 사랑을 받은 그룹이다. TOKIO는 스케줄을 이유로 성화 봉송을 거절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간 겐다이는 “DASH VILLAGE가 위치한 후쿠시마현 나미에마치 사람들이 아직 피난 생활을 강요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흥 올림픽’의 성화 봉송 주자로 들떠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성화 봉송 행사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