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조사국…“한국, 중국과 대립 피하고, 일본은 정면충돌”

미국 의회조사국, ‘한·미 관계 보고서’ 개정
“文대통령, 대북제재 완화 선호…미국과 긴장 우려”
“한미 훈련 재개, 北과 협의…미국과 어긋날 수도”
“한국, 중국과는 대립 피해…일본과는 보복조치 교환”
“文대통령, 부동산·백신 공급 지연으로 지지율 하락”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 문제를 놓고 한·미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 의회조사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를 선호하는 문재인정부의 입장이 미국과의 긴장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회조사국은 또 “가장 당면한 과제는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 여부에 대한 결정”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와 관련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미국의 정책과 어긋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회조사국은 또 “한국은 중국과 대립하는 것을 피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일본에 대해선 역사문제로 보복 조치 등을 주고 받았다”고 평가했다.

의회조사국은 한국 정치상황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이 2020년 4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면서 “문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초기 확산을 억제하는 데 성공한 것이 (총선) 승리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의회조사국은 “집값 상승과 코로나19 백신 공급 지연 등과 같은 불만으로 인해 무 대통령의 인기는 2019년 하반기부터 하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의회조사국은 지난 2일(현지시간) 개정한 ‘한·미 관계 보고서’에서 이 같은 내용들을 담았다.

의회조사국은 미국 의회와 의원들을 보좌하는 기구다. 의회조사국은 미국 의회가 법을 만드는 모든 과정에 도움을 제공한다. 의회조사국의 보고서는 미국 의원들의 입법 과정에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되고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대북 제재 등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미 사이에 긴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한·미 관계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가 가동되고 있다”면서 “북한의 거의 모든 수출과 수입의 대부분이 공식적으로 금지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제재가 문재인정부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선호하는 남북 경제협력을 심각하게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인) 2019년 초반부터 북한은 한국의 제안을 무시하고 있으며 남북 간의 공개적인 모든 연락 채널을 끊어버렸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문 대통령은 일반적으로 트럼프보다 북한에 더 많고, 더 빠른 양보를 할 것을 선호했으며 이는 (한·미 간에) 주기적인 긴장을 야기했다”면서 “이런 긴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에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한·미 간 가장 당면한 과제로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 여부를 꼽았다. 보고서는 “비판론자들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추가로 연기될 경우 북한에 대한 한·미 경계 태세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등을 놓고 한·미 사이에 불협화음이 노출됐으나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동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을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나 보복관세 등으로 한국을 위협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북 제재 완화 문제가 한·미 사이에 갈등을 촉발시킬 위험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중국과 일본에 초점을 맞춰 한국의 외교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보고서는 중국과 관련해 “중국에 대한 북한의 경제 의존도가 높은데다 한국 역시 중국의 최대 교역국”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중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한국 기업들을 괴롭혀왔다”면서 “이런 이유들로 인해 한국은 일반적으로 중국과 대항하는 것을 피하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예외는 한국이 2016년 미국의 미사일 방위체계(사드)를 도입했던 결정”이라며 “중국의 경제 조치로 한국 기업들이 수십 억 달러(수 조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한·일 관계에 대해 “일본의 한국 식민 점령에서 비롯된 민감한 역사 문제로 인해 한·일 관계는 아주 오랫동안 문제로 가득하다”면서 “2018년 이후에는 한·일 모두 정부 차원에서 무역·안보·역사 문제 등을 놓고 응징 조치와 보복 조치 등이 이어지면서 한·일 관계는 곤두박질쳤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한·일 관계 악화는) 한·미·일 공조를 약화시켰다”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일 3각 공조 강화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미 의회보고서는 한국의 코로나19 상황과 정치 상황도 거론했다. 보고서는 “2020년 초반 한국은 코로나19 타격을 매우 일찍 받은 국가 중 하나였지만 봉쇄 조치(lockdown) 없이 바이러스를 크게 억제했다”고 호평했다.

한국 정부의 성공적인 대응에는 2015년 당시 치명적이었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대응 과정에서 노출된 결점을 보완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메르스 이후 한국은 정부에게 개인 환자들을 모니터하고 추적할 수 있는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민간 회사들이 건강 검사 도구를 생산할 수 있는 내용의 법들을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은 공격적인 검사와 감염자 추적, 공공 통신 체계 등을 구축하면서 코로나19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가끔 한국 정부는 반정부 집회를 포함한 대규모 집회를 금지하면서 비판을 촉발시켰다”면서 “또한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 확보가 늦어지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의 성공적인 코로나19 대응이 지난해 4월 민주당의 총선 압승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부동산 문제와 백신 공급 지연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