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이재명 겨냥해 “왼쪽 깜빡이 켜고 오른쪽으로 간다”

입력 2021-01-20 05:00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8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대표 주변에서 '사면론'에 반대하는 광주시민과 지지자가 손팻말과 펼침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전 도민 재난지원금 10만원’을 추진한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해 ‘자기모순적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가 공개된 자리에서 대권 경쟁자인 이 지사를 정면으로 겨냥해 쓴소리한 것은 대표 취임 후 처음이다.

이 대표는 이날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경기도의 전 도민 일괄지급 움직임을 두고 “지금 거리두기 중인데, 소비하라고 말하는 것이 마치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상충이 없도록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4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논의가 여전히 이르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이 대표는 “3차 재난지원금도 (지급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전날 이 대표가 주재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지자체별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와 관련해 “자율적으로 판단하되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고려해 시점을 조절하자”는 입장을 정리했고, 이를 경기도에 전달했다.

같은 날 모든 경기도민에게 10만원씩 재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계획했던 이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일정 등을 고려해 취소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이날 광주KBS에서 “일단 당의 입장은 방역에 방해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라며 “(이런) 당의 입장을 존중해 (재난지원금의) 지급 시기 등을 판단하고 곧 일정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 지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운 데 대해 일각에선 당대표이자 대권주자로서 존재감을 부각하려 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방역 우선이라는 당과 정부의 기조와 달리 이 지사가 독자행보를 지속하는 데 대한 당내 불만 기류가 커지고 있는 데다, 문 대통령이 4차 재난지원금에 선을 그으면서 대권후보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는 이 대표가 반전의 계기를 모색한 것 아니냐는 진단이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언급하면서 여권 지지자들이 대거 이탈해 이 대표의 최근 지지율은 10%대까지 떨어졌다.

이 대표는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제기한 것이 ‘정치적 실점’ 아니었느냐는 지적에 “많이 야단맞았다”면서 “어찌 됐건 대통령의 어제 말씀으로 일단 매듭지어졌으면 한다. 그렇게 해야 옳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