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음모론’ 비주류 참모들에 빠져…“백악관 안 나간다”

입력 2020-12-22 10:30 수정 2020-12-22 10:32
임기 30일 남은 트럼프, 여전히 대선 뒤집기 ‘혈안’
트럼프, ‘음모론’ 파월·‘극우 강경’ 배넌 등에 기울어
배넌 “트럼프, 절대 승복 안 한다…취임식도 안 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수상쩍은 작전을 퍼뜨리는 비주류 참모들에 기울어져 있다고 CNN방송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방송은 ‘일부 백악관 참모들은 트럼프의 마지막 날들에 대해 공포를 갖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임기가 30일밖에 남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을 거부하면서 새로운 심각한 위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때 트럼프 대통령의 최고 참모였으며 극우 강경파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온라인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절대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참모들에게 내년 1월 20일 미국 대통령 취임식 날에 백악관을 떠나는 것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 참모들은 많지 않다고 CNN은 덧붙였다.

한 당국자는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모른다”면서 “그는 여전히 한 달 더 대통령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을 사실상 방치한 채 대선 결과 뒤집기에 필사적인 노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다.

CNN방송이 지목한 위험스런 비주류 참모들은 6명이다. 음모론자인 시드니 파월 변호사, ‘계엄령’을 입에 올렸던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매파’ 무역 참모인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거래 웹사이트인 ‘오버스톡’의 괴짜 창업자 패트릭 번,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등이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 자주 나타날 뿐만 아니라 전화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한 조언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줄리아니와 파월은 이날도 백악관에서 목격됐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백악관 일부 참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인물은 파월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한 참모는 “파월과 관련된 어떤 것이라도 매우 근심이 크다”고 말했다. 대선 투표가 조작됐다는 주장을 펼치다가 트럼프 법률팀에서도 배제됐던 파월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정선거 수사를 담당할 특별검사로 파월을 임명하는 방안을 꺼냈다가 다른 참모들의 반대에 부딪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년 크리스마스 연휴에 방문하는 플로리다주의 자신 소유 리조트 마러라고를 방문할지 여부도 변수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러라고를 찾을 경우 계속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아첨꾼과 추종자들에 둘러싸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참모들 사이에서 높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음모론에 사로잡힌 비주류 참모들과 마러라고에서 회의를 갖거나 전화통화를 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주류 참모들은 강공파다. 특히 배넌은 온라인방송에서 “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정선거와 (조 바이든 당선인의 아들) 헌터를 수사할 특별검사를 빨리 임명할 것을 강하게 권고했다”고 말했다. 배넌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의 취임식에 가지 않을 것이며 절대로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역전문가인 나바로 국장도 대선 결과가 뒤집어질 희망이 여전히 있다는 말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